
올해 신세계건설의 수주 실적이 사실상 외부 민간 수주가 전무하면서 그룹 계열사 프로젝트에만 의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역시 그룹 계열 프로젝트에 편중되면서 자체 주택 브랜드 ‘빌리브’의 존재감은 급격히 희미해지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신세계건설이 새로 수주한 사업은 878억 원 규모의 ‘원주 트레이더스 공사’와 3566억 원 규모의 ‘스타필드 창원 조성공사’ 단 두 건에 그쳤다. 이들 모두 신세계 계열사 프로젝트로 사실상 외부 민간 수주는 한 건도 없는 실정이다.
전체 수주에서 외부 민간사업 유입이 줄면서 수주 파이프라인이 자연스레 위축됐다. 6월 말 기준 수주잔고는 2조3213억 원으로 지난해 말(2조4922억 원) 대비 약 1700억 원 줄었다.
매출 구조 역시 계열사 의존도가 뚜렷하다. 신세계건설의 주요 거래처를 살펴보면 상반기 전체 매출 중 15.9%(918억 원)는 ‘스타필드 청라’에서, 12.8%(739억 원)는 신세계 본점 리뉴얼에서 발생했다. 이 두 계열사 프로젝트에서만 전체 매출의 약 28.7%를 올린 셈이다. 이에 따라 매출 비중 역시 지난해 49.8% 수준이었던 상업시설 매출비중이 상반기 63.6%로 급등했다.
반면 한때 신세계건설의 주택시장 진출을 상징했던 빌리브는 올해 상반기 매출 비중이 31.9%에 그쳤다. 이는 지난 말(약 45.2%) 대비 13.3%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
이 같은 변화는 사실상 예견된 수순이라는 평가다. 과거 대구 등지에서 6300억 원 규모의 자체 주택사업을 추진했으나 심각한 분양 부진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난 2년간 주택 부문에서만 약 1500억 원에 달하는 손실이 누적됐으며 일부 프로젝트는 중도금 대위변제 사례까지 발생했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도 대구 본동3 주상복합 사업에서 분양률 38% 수준에 그치는 등 여전히 미분양과 매출채권 회수 지연에 직면해 있다.
특히 지난해 5월 취임한 허병훈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리스크 관리와 비용 절감을 핵심 과제로 삼으면서 주택 부문 확장을 사실상 중단했다. 허 대표는 신세계백화점 기획전략본부장과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 총괄 부사장 등을 역임한 재무전문가로 지방 사업장에서 미분양 리스크를 겪던 신세계건설의 구조조정을 위해 선임됐다.
하지만 그 대가로 빌리브의 존재감이 점차 옅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룹 의존도가 짙어질수록 건설사로서의 독립적 경쟁력과 브랜드 가치는 약화되고 외부 민간 수주 복원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이마트 역시 유통 경기 부진과 대규모 투자 부담에 직면한 상황이어서 그룹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일부 대형 프로젝트의 사업 진척과 더불어 건설 시장 침체 여파로 수익성이 높은 사업장을 선별해 수주하다 보니 잔고가 줄어든 측면이 있다”며 “무리하게 수주를 확대하기보다는 수익성과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전략적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는 내부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두면서도 외부 민간 수주 확대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