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 이후 200년간 이어져 온 거대 조직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AI가 주도하는 빠르고 가벼운 개인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전자가 '중량문명'이라면, 후자는 '경량문명'이다.
아울러 AI의 범용화는 개인의 역량을 크게 확장시켰다. 개인들 간의 수평적이고 유연한 협력을 가능하게 했다. 이는 조직의 작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AI 시대에서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은 더 이상 조직의 덩치가 아니라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파편화된 개인들의 힘과 느슨한 연대다.
송길영 작가는 1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개최된 '시대예보: 겅량문명의 탄생' 기자간담회에서 "조직의 성장이 더 이상 인력 증가에 비례하지 않는 디커플링(decoupling)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수많은 B2B 기업이 하던 업무들을 개인이 조금씩 넘겨받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누구나 AI를 사용하고, 협업 방식이 다양하고 간소화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가볍고도 힘이 센 '핵개인'들이 등장하면서 조직 문화의 패러다임이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이 같은 핵개인들은 현재 '경량문명'을 창조 중이다. 송 작가에 따르면, 경량문명은 개인들의 지혜가 각자의 AI와 결합해 커다란 진보를 만들어나가는 발전을 뜻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경량문명 하에서의 조직은 소규모 인원이 스스로 완결성을 가지는 일을 수행하게 된다.

송 작가는 "비행기는 거대하지만 하늘 위를 뜨고, 돌멩이는 작아도 물에 가라앉는다. 중요한 것은 조직의 규모가 아니라 그 안에 들어 있는 구조의 문제"라고 역설했다. 경량문명 조직의 가장 큰 특징은 필요할 때 신속하게 뭉치고, 흩어질 수 있는 유연함이다. 그래야 외부의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경량문명이 도래함에 따라 채용 시장은 더욱 얼어붙었다. 이제 기업들은 AI가 그 일을 할 수 없다는 게 증명되어야 사람을 채용한다. 송 작가는 "조직이 대량 고용을 멈추고 있기 때문에 개인들은 나만의 깊은 섬세함을 갖추는 작업을 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AI를 도구나 기계가 아니라 동료로 보는 게 중요하다"라며 "그렇게 되면 (AI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내가 문제를 잘 정의하고 설명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만큼 세상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송 작가는 AI의 도래로 인한 언론 생태계의 변화도 언급했다. 그는 "옛날에는 시청률이나 발간 부수가 중요했다. 지금은 특정한 플레이어가 쓴 깊은 탐사 보도를 돈 주고 사는 거로 바뀌기 시작했다"라며 "언론사보다는 크리에이터에게 기부하는 구조로 가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