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국적 특혜 대신 장교의 길…“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
해외 재계서도 장교 복무 전통…글로벌 모범 사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지호씨가 복수국적의 특혜를 내려놓고 해군 장교로 입대한다. 국내 최대 재벌가 자녀가 미국 시민권을 포기한 채 장교로 긴 군 복무를 선택한 것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이라는 평가가 재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10일 “지호씨가 오는 15일 경남 진해 해군교육사령부로 입소해 139기 학사사관후보생으로 훈련을 받는다”고 밝혔다. 지호씨는 입영 후 해군사관학교에서 제식, 전투기술, 기본소양 등 장교가 되기 위한 11주간 교육 과정을 이수한 뒤 12월 1일 소위로 임관할 예정이다.
임관 이후에는 36개월간 의무 복무를 이어가 총 군 생활 기간은 39개월에 달한다. 보직과 복무 부대는 교육훈련 성적과 군 특기별 인력 수요를 감안해 임관 시 결정된다. 일반 병사 복무 기간(약 18개월)보다 2배 이상 길고 책임도 무거운 선택이다.
2000년 미국에서 태어난 지호씨는 선천적 복수국적자다. 한국 국적을 포기하면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고, 일반 병사로 입대해 복수국적을 유지하는 길도 있었다. 그러나 지호씨는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해군 장교의 길을 택했다.
삼성 측은 “지호씨는 ‘복수국적자’로서 선택할 수 있는 특권을 과감히 버리고 순수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영해를 지키는 길을 선택했다”며 “장교 복무라는 더 무거운 의무를 감수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가진 병역의무 대상자가 자원해 입대하는 경우는 연평균 100명 수준에 불과하다. 재계 관계자는 “청년들도 복무 기간이 짧은 병사 복무를 선호하는데 지호씨가 시민권까지 버리고 장교 복무를 택한 것은 공동체를 위한 모범 사례”라고 평가했다.
해외에서도 기업인 후계자들이 장교 복무를 택해 ‘책임 있는 리더십’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사례가 적지 않다. 스웨덴 발렌베리그룹 가문은 5대 170년에 걸쳐 경영 일원들이 해군 장교로 복무해 온 전통이 있다.
세계적 물류기업 페덱스 창업주 고(故) 프레드릭 W. 스미스 회장도 예일대 졸업 후 해병대 장교로 4년간 복무하며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이후 페덱스를 창업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미국 석유왕 존 D. 록펠러 가문도 장교 복무 전통이 이어졌다. 존 D. 록펠러 주니어의 아들 로런스 록펠러는 해군 장교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뒤 벤처 투자자로 인텔·애플 등 빅테크 성장의 초기 투자자가 됐다. 또 다른 아들 윈드롭 록펠러는 육군 장교로 참전 후 아칸소 주지사로 정치에 투신했다.
이처럼 주요 재계 가문에서 장교 복무는 단순한 병역 의무 이행을 넘어 공동체와 함께하는 지도자의 책무를 보여주는 행보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