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전기 먹는 하마’ AI에 대한 오해

입력 2025-09-09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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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호 (사)케이썬 이사장/미래학회 고문

최근 인공지능(AI)의 발전 속도는 눈부시다. 단순한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고급 추론과 이미지·영상 생성까지 아우르며 생활과 산업 전반에 스며들고 있다. 그러나 이와 함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우려가 있다. 바로 “AI가 전기를 너무 많이 쓴다”는 주장이다. 데이터센터 자체가 전력 소모가 큰 시설인데, AI 데이터센터로 전환되고 사용량까지 늘어나면 전기 부족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전력난으로 AI 국가 경쟁력까지 저하될 수 있다는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기술발전 따라 전력수요 비약적 개선

실제로 국제에너지기구(IEA)를 비롯한 여러 기관들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앞으로 몇 년 사이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IEA는 2022년 460TWh(테라와트시)였던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26년에는 1050TWh를 넘어설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세계 전력 소비의 1.5% 수준인 데이터센터가 2030년에는 3~4.4%까지 차지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2023년 기준 국내 데이터센터 150곳의 전력 수요는 1986MW(메가와트)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9년 데이터센터가 637개로 늘어나면 전력 수요가 5만MW에 육박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에 따라 수도권 전력 부족에 대비해 지방 이전이나 분산을 추진하고, 전기요금 할인과 세제 혜택, 보조금 등 각종 인센티브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전망엔 중대한 맹점이 있다. AI의 실제 전력 사용량에 관한 데이터가 그동안 거의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빅테크 기업들이 운영 정보를 철저히 비공개로 유지했기 때문에, 업계와 언론은 제한된 자료에 의존해 막연한 추정치만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AI 전기 먹는 하마론’이 과장되어 퍼진 측면이 있다.

최근 구글이 최초로 구체적 수치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최신 제미니 앱이 질문 하나를 처리하는 데 드는 전력의 중앙값은 0.24Wh에 불과하다. 전자레인지 1초 가동, TV 시청 9초와 맞먹는 수준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불과 1년 전보다 무려 33배나 줄어들었다는 사실이다. AI 모델 자체의 발전과 소프트웨어 최적화 덕분이다. 이는 프롬프트 사용량이 33배 늘어나더라도 전체 전력 소비는 1년 전과 동일하다는 뜻이다. 구글이 업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다른 AI 기업들도 유사한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결국 기존의 전력 수요 전망은 기술 발전 속도를 간과한 오류였음을 보여준다. 챗GPT가 처음 등장한 2022년에는 프롬프트당 전력 소모가 상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사이 기술은 비약적으로 개선되었고, 그 속도는 앞으로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AI 진화에도 ‘무어의 법칙’ 적용돼

반세기 넘게 이어진 ‘무어의 법칙’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마이크로칩의 성능이 18~24개월마다 두 배씩 개선된다는 이 법칙은 실제로 컴퓨터 성능을 5년마다 10배, 10년마다 100배 향상시켰다. AI도 예외가 아니다. 구글의 사례는 1년 만에 33배 효율 개선을 보여주었다. 이런 흐름을 무시한 채 ‘AI로 인한 전력 사용량 급증’과 ‘전기 부족 전망’은 사실상 환각에 불과하다.

우리가 더 염려해야 할 것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 특히 여름철 기온 상승에 따른 냉방을 위한 전기 사용량 급증이다. 매년 여름철 최대 전력 수요 기록이 경신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냉방 에너지 수요는 전력 수요 증가의 가장 큰 단일 요인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AI 기술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데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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