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인재 유치전’의 핵심은 방향성과 구체적인 로드맵을 설정하는 데 있다. AI 전문가들은 해외 우수 인력 유치에만 힘을 쏟거나 국내 인재 양성에만 집중하는 등의 단편적인 방식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조언한다.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때에 맞는 인재 양성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라며 “당장 뭘 할 수 있느냐가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에 단기 전략으로 해외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중장기 전략으로 국내 인재 양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9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전 정부 때 3년을 날렸기 때문에 이제 실기하면 만회할 기회가 없을 것”이라며 “외국 인재를 데려오는 것도 내년까지만 유효한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해외 우수 인재가 국내에 들어온 유인이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다. 최 교수는 ‘인프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들이 움직이는 이유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때문인데 한국에는 GPU가 충분하지 않다”며 “해외 인력이 국내에 정착하도록 하기 위한 최소 조건인 GPU 확충 없이 외국 인재를 데려온다는 건 어설픈 얘기로 우리도 20만 장 이상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에도 미국 같은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최근 메타가 빅테크 업체들로부터 1억 달러 넘게 주고 인재들을 스카웃한 것을 보면 미국 국적이 별로 없다”고 했다. 그는 “다른 나라의 인재들이 미국에 모였기 때문에 (AI 분야에서) 잘한 것”이라며 “한국도 국적과 상관 없이 실력만 보고 인재를 끌어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메타가 최근 영입한 40여 명의 AI 인재는 업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이들은 최고 1억 달러(약 1371억원)이상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교수는 “이노코어 연구단은 연봉 9000만 원을 보장하는데 미국에선 인재 데려오는 데 1억 달러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충분한 보상이 있기 때문에 미국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공공은 혁신과 거리가 멀기 때문에 아무리 혁신을 하겠다고 해도 자본시장의 논리를 따라가기 어렵다”며 “(국내 AI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선) 민간이 주도하고 공공은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모델은 미국의 5000억 달러 규모 AI 클러스터 프로젝트 ‘스타게이트(Stargate)’처럼 민간 기업이 주도하고 공공이 지원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수출용’ AI 개발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 교수는 “어떤 목적의 AI와 서비스로 승부를 볼 건지 생각해야 한다”며 “자동차나 선박 등 우리나라가 잘하는 제조업 분야에 AI를 붙여서 중국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