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수혜 기대감 달궈진 투심, 관세 우려에 냉각
무역협상 타결에 자금 유입 재개…단기 충격 불가피

미국 관세 충격 우려가 컸던 현대차와 기아를 향한 외국인 투자심리가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기준 현대차 주식 외국인 지분율은 36.48%로 집계됐다. 연초(39.64%) 수준까지 올라서지는 못했지만, 올해 5월 연중 최저점(35.42%)을 찍고 점차 늘고 있다.
기아는 외국인 지분율이 4월 말 39.39%까지 떨어졌다가 이달 4일 연중 가장 높은 40.31%를 기록했다. 지난해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기대감에 현대차와 기아에 외국인 자금이 몰렸지만, 그 흐름을 최근까지 이어가지는 못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상호관세 발표를 전후로 외국인들이 발을 빼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올해 들어 5월까지 외국인은 현대차와 기아를 각각 1조7696억 원, 2927억 원 순매도했다. 한 해 동안 ‘저(低) 주가순자산비율(PBR)주’에 더해 ‘관세 피해주’라는 인식이 생긴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최대 수출 품목인 자동차에 공개적 압박을 가했다. 한국산 자동차가 한미 무역협정(FTA)에 따라 거의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했던 만큼 25% 관세율은 국내 자동차업체 실적 악화 우려를 자아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수출 비중은 각각 54.3%, 37.5%다.
하지만 미국이 각국과 무역 협상을 진행하며 외국인은 현대차와 기아에 다시 눈길을 돌렸다. 미국 정부는 5월 영국 자동차에 부과하던 관세율을 10%로 인하했고 일본 상호관세율은 15%로 낮추기로 했다. 한국과 미국도 지난달 기존 25% 상호관세율을 15%로 내리는 데 합의했다.
아직 15% 관세율이 적용되지는 않았지만, 협상 결과 도출 자체가 시장 참여자 불안감을 완화하는 요소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외국인은 6~8월 현대차와 기아에 대해 매수 우위로 전환하며 각각 3200억 원, 5251억 원어치를 샀다. 하반기 들어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7.37%, 8.26% 반등했다.
증권가는 관세 영향에도 유지되는 기업 펀더멘털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3%, 15.8% 증가한 48조3000억 원과 3조6000억 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소폭 웃돌았다. 관세 비용 8282억 원이 반영됐지만, 미국에서 하이브리드 자동차 판매가 30% 늘었다.
다만 단기적으로 관세의 부정적 영향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현대차 자동차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6% 늘어난 144조 원,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 감소한 9조7000억 원으로 추정된다”며 “연내 관세에 따른 손익 부담은 불가피하며 3분기 국가 간 관세 협상에 따른 손익 영향 가시성이 확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용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5% 관세율 적용이 미뤄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기아의 순매출 인식까지 시차를 고려하면 사실상 3분기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기존 25% 관세율에 노출돼있다고 판단한다”며 “실적이 기존 시장 컨센서스를 밑돌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