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CXL 3.1 제품 준비…마이크론도 생태계 가세
AI 데이터센터 확장 경쟁, 글로벌 표준 선점이 관건

인공지능(AI) 시대 데이터센터의 ‘혈류’ 역할을 할 차세대 인터페이스 CXL(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를 두고 글로벌 메모리 3사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본격적인 각축전에 돌입했다. 최근 마벨이 세 업체 메모리 제품과 자사 CXL 컨트롤러 간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테스트를 모두 완료하면서 경쟁은 글로벌 생태계 주도권 확보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마벨은 최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DDR4·DDR5 메모리와 자사 CXL 컨트롤러 ‘스트럭테라(Structera)’의 호환성 검증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앞서 인텔 5세대 제온과 AMD 에픽 CPU와의 호환성 검증도 완료해, CPU 양대 진영과 메모리 3강 모두와 상호운용성을 확보한 최초의 CXL 솔루션 업체가 됐다.
마벨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데이터 인프라 전문 반도체 기업이다. 네트워크·스토리지·컴퓨팅용 반도체를 30년 넘게 공급해왔다. 최근에는 클라우드와 AI 시대에 맞춰 CXL·이더넷·가속기 솔루션을 앞세우며 ‘데이터센터 인프라 토털 솔루션 업체’로 변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검증을 통해 자사 DDR 메모리 기반 CXL 모듈의 신뢰성을 입증했다. 2021년 업계 최초로 CXL D램을 개발한 뒤, 2023년 128GB CXL 2.0 모듈을 내놓은 삼성은 현재 256GB급 CMM-D 양산 준비를 마쳤다. 내년에는 CXL 3.1 지원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최장석 삼성전자 메모리상품기획팀장(상무)은 “마벨 컨트롤러와의 완벽한 호환성은 삼성의 차세대 솔루션을 글로벌 고객이 안심하고 채택할 수 있게 하는 기반”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역시 ‘CMM-DDR5’ 제품의 상호운용성을 확보했다. 96GB급 제품 고객 인증을 마쳤고, 128GB급도 검증을 진행 중이다. 강욱성 SK하이닉스 차세대상품기획 부사장은 “마벨과 협력한 검증은 대규모 데이터센터 채택의 신뢰성을 높이는 중요한 발판”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크론도 이번 검증을 통해 DDR5 메모리와 CXL 컨트롤러의 호환성을 확보했다. 프라빈 바이댜나탄 마이크론 클라우드 메모리 부문 총괄 부사장은 “수백 테라바이트급 메모리 요구가 커지는 AI 시대에 마벨과의 협력은 고효율 CXL 인프라를 구축하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 모두 마벨과 협력을 맺으며 검증 완료 3각 구도를 형성했다. 이는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와 서버 OEM들이 차세대 CXL 솔루션을 안심하고 채택할 수 있게 만드는 결정적 신뢰 기반이다.
현재 상용화된 CXL 2.0 제품은 CPU 플랫폼 제한 등으로 수요가 크지 않았지만, CXL 3.0 이상부터는 CPU 하나에 대규모 CXL 모듈을 연결할 수 있는 ‘패브릭 기능’이 지원돼 데이터 병목 현상을 크게 줄일 전망이다. 인텔·AMD가 차세대 CPU에서 CXL 3.1을 지원하고, 삼성과 SK가 이에 맞춘 제품을 준비하는 만큼 내년부터 시장 개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욜 인텔리전스는 글로벌 CXL 시장이 2022년 170만달러에서 2028년 150억달러로 9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HBM이 현재 AI 메모리 경쟁의 중심이라면, CXL은 데이터센터 구조를 바꿀 차세대 표준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CXL은 단순히 메모리 모듈의 확장이 아니라 CPU·메모리·가속기를 아우르는 전체 아키텍처를 새로 짜는 기술”이라며 “각사가 차세대 제품 공급을 앞당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면서 주도권 잡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