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에 질문 1000개 하면서 코딩 배워
58세 첫 컴퓨터 구매…81세 게임 앱 개발 사례도

지난해 AFP통신은 은퇴 후 코딩 작업에 몰두하는 스즈키 도미지 씨를 조명했다. 지금까지 그가 고령 사회를 돕기 위해 무료로 개발한 앱만 11개다. 앱들은 아이폰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스즈키 씨는 올해 90세다.
최근 개발한 앱은 지갑과 보청기, 환자 등록 카드까지 집을 나설 때 기억해야 할 소지품을 알려주는 앱이다. 고속열차에 탑승하려 할 때 틀니를 빼먹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게 개발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손녀의 목소리가 담긴 앱을 만들게 됐다. 그는 “젊은 세대는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노인들의 요구와 기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개발 이유를 설명했다.
소싯적 무역회사에서 근무했던 스즈키 씨는 은퇴 후 컴퓨팅 기술에 관심을 두게 됐고 2010년대 초반부터 프로그래밍 수업을 받았다. 최근에는 챗GPT를 통해 능력을 가다듬었다. 외출 준비를 돕는 앱을 만들 때 챗GPT에 던진 질문이 1000개나 됐다고 한다.
81세에 앱 개발자로 변신해 올해 아흔인 와카야마 마사코 씨도 대표적인 사례다. 은행에서 퇴직한 그는 58세에 처음 컴퓨터를 구매해 엑셀을 사용했고 81세에는 노인들을 위한 게임 앱을 개발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개발 이듬해인 2017년에만 앱 다운로드 수가 4만2000회에 달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그를 세계 최고령 앱 개발자라고 칭하기도 했다.
와카야마 씨는 인공지능(AI) 기술이 도래한 지금이 어느 때보다 도전할 수 있는 시기라고 평했다. 그는 재팬포워드와 인터뷰에서 “AI는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 40~50대는 과거 관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고방식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다른 사람 걱정은 그만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고 자유로워지라”고 조언했다.
일본은 인구의 약 3분의 1이 65세 이상인 고령 국가다. 이는 모나코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다. 시민 10명 중 1명이 80대 노인이기도 하다. 이렇다 보니 노인들을 위한 돌봄 환경이 잘 정착돼 있지만, 창작자나 생산자로서 노인을 재발견하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은퇴한 노인의 경력 개발을 돕는 사례는 다른 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미국 노동부는 시니어 커뮤니티 서비스 취업 프로그램(SCSEP)을 운영하고 있다. 노인들에게 주요 직업 훈련을 제공하고 일자리 센터를 통해 학교와 병원, 어린이집 등으로 취업 알선을 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프랑스 영국, 호주 등에선 ‘제3기 인생 대학(U3A)’이라는 국제 비영리기구가 노인을 돕는다. 회원가입 권장 연령은 50세 이상이다. 은퇴자들에게 IT, 외국어, 창업, 창작 등 광범위한 교육 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호주 ABC뉴스는 “연구 주제는 구성원의 관심사와 각 그룹 내 이용 가능한 전문 지식에 따라 달라진다”며 “호주 전역에선 노인들이 강의에 무료로 참석해 순수한 학습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