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로봇청소기 전면 승부수
한국 기업 턱밑까지 추격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5’ 현장은 중국 가전의 거센 추격을 실감케 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가성비 브랜드’로만 불리던 중국 기업들이 이제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무장해 한국 기업의 턱밑까지 다가섰다.
6일(현지시간) 찾은 ‘IFA 2025’ 전시장은 마치 중국 가전 매장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기업 총 1800여 곳 중 약 700여 곳이 중국 기업이다. 이는 단일 국가로는 최대 규모다.
가장 눈길을 끈 건 TV였다. 중국 TCL은 ‘163인치 RGB 마이크로 LED TV’를 전시장 한가운데 세웠다. 압도적인 크기와 색 재현력을 앞세운 이 제품은 관람객들의 발길을 단숨에 붙잡았다.

하이센스 역시 ‘116인치 RGB 미니 LED TV’와 163인치 마이크로 LED TV를 전시장 전면에 내세우며 프리미엄 경쟁에 가세했다. 보급형이라는 기존 이미지를 벗고,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과 정면으로 맞붙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두 기업이 RGB TV를 내세운 건 국내 기업을 의식한 행보로 읽힌다. 삼성전자는 이번 행사에서 지난달 출시된 ‘115형 마이크로 RGB TV’를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RGB LED 칩 크기를 100마이크로미터(㎛) 이하로 줄였다. 일반적인 LED(1000㎛)나 미니 LED(500㎛)보다 소자가 대폭 작아진 것이다. 이를 통해 빨강, 초록, 파랑 색상을 더 촘촘하게 구현할 수 있고, 밝기도 정교하게 제어할 수 있다.
로봇청소기 전시장에서는 오히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기술력보다 크게 앞섰다. 중국 기업들은 사업 반경을 주거용에서 야외용으로 대폭 확대하고 있는 반면, 한국 기업들은 부랴부랴 올해 신제품을 뒤늦게 내놓았다.

중국 드리미는 이번 행사에서 세계 최초로 계단을 오를 수 있는 로봇청소기 ‘사이버 X’를 선보였다.
사이버 X는 최대 25cm 높이의 계단을 초당 0.2m 속도로 등반할 수 있다. 실제로 가파른 경사에도 사다리 같은 긴 팔을 길게 뻗으며 가뿐히 오르내렸다. 3중 브레이크 보호장치로 안정성을 강화했으며, 스마트 3D어댑트 비전 시스템을 통해 계단의 높이와 각도를 실시간으로 인식한다.
잔디깎이 로봇 ‘A3 AWD’ 시리즈도 선보였다. 이 제품은 300개 이상의 물체를 회피할 수 있으며, 1.5 cm 수준의 정밀도로 잔디를 균일하게 정돈할 수 있다. 이외에도 수영장을 청소할 수 있는 ‘드리미 Z1 프로’도 시연했다. 깊은 수심에서도 수영장 바닥과 옆면을 꼼꼼히 닦아냈다.

모바는 25cm 높이의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는 ‘제우스(ZEUS) 60’을 행사장 전면에 소개했다. 제우스 60에 탑재된 센서가 계단을 인식하고, 높이를 인식한 뒤 바닥에 부착된 다리를 들어올리며 계단을 넘어갔다.
로보락도 프리미엄 로봇 잔디깎이 3종을 글로벌 무대에 공개했다. 로봇 잔디깎이는 로보락 최초로 선보이는 카테고리로 유럽을 중심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에코백스는 이번 행사 기간 글로벌 시험인증기관 TUV 라인란드로부터 △유럽 무선기기지침(RED) 사이버 보안 인증 △머리카락 엉킴 방지(안티헤어랩) 인증을 동시에 획득하기도 했다. 안전성과 사용자 편의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으로, 그간 중국 기업들이 겪고 있던 보안 문제를 해결한 셈이다. 이에 향후 유럽 현지 시장 확대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신제품을 뒤늦게 공개하며 추격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출시 예정인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AI 스팀'을 공개했다. 이번 신제품은 100도 스팀 살균이라는 고유의 강점을 유지하면서, 10W 강력한 흡입력, 녹스(Knox) 기반의 탄탄한 보안 시스템을 갖췄다.

LG전자 역시 로봇청소기 신제품으로 빌트인형 '히든 스테이션'과 프리스탠딩형 '오브제 스테이션' 2종을 꺼냈다. 세계 최초로 로봇청소기 본체와 스테이션 모두에 스팀 기능을 적용해 청소 성능과 위생 관리의 편의성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