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 확보 넘어 락인효과…플랫폼 뱅킹의 진화

국내 주요 은행이 ‘임베디드 금융(Embedded Finance)’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며 플랫폼 기반 경쟁에 본격 돌입했다. 금리 인하와 수신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더 이상 점포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모니모 KB 매일이자 통장’ 2차 출시를 위한 금융당국 심사 절차에 돌입했다. 지난 6월 삼성금융네트웍스과 협업해 출시한 해당 통장은 22만5000좌 한정 수량이 조기 완판되며 주목을 받았다. 이 상품을 통한 신규 고객 유입률은 10%를 기록했다.
KB국민은행은 모니모 통장을 시작으로, 스타벅스·SSG닷컴 등 주요 플랫폼과의 제휴를 확대하며 빠르게 접점을 넓히고 있다. 특히 별도 앱 없이 커피 쿠폰과 이자 혜택을 제공한 ‘KB별별통장’은 지난 7월 21일 20만 좌가 완판됐다. 이 가운데 7만1000명은 기존 거래가 없던 신규 고객이었다. 특히 유입 고객 중 47%는 2030세대로 젊은 층 유입 효과가 뚜렷했다.
신한은행은 서비스형 뱅킹(BaaS)으로 결제·소비자 금융보다는 기업 금융 중심으로 전략을 펼치고 있다. 대기업·중소 협력사 공급망까지 금융 서비스를 연결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 메인거래 확보 및 B2B2C(B2B·B2C의 합성어)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대표적으로 현대제철의 ‘HCORE STORE’ 플랫폼에 비대면 판매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부품 유통플랫폼을 통해 자동차 부품 협력사 대상 부품 구매용 대출도 지원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생활밀착형 플랫폼과의 제휴를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상품은 ‘네이버페이 머니 하나통장’과 ‘당근머니 하나통장’이다. 네이버페이 머니 하나통장은 출시 직후 5개월 만에 50만 좌를 모두 소진해 조기 마감됐고 이후 금융당국의 혁신금융서비스 인가를 통해 판매 한도를 추가 확보하며 서비스 기간을 2026년까지 연장했다. 최근에는 여행 플랫폼 기업 놀유니버스(야놀자)와 업무협약'도 맺었다.
우리은행은 플랫폼 생태계 구축을 위한 오픈 API 전략을 앞세우고 있다. 자체 오픈API 플랫폼 ‘이음(E:UM)’을 통해 기업들이 우리은행의 금융 기능을 직접 연동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와 함께 간편결제 기반의 임베디드 금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페이와 함께 ‘Npay 머니 우리통장’을 출시했으며 CJ올리브네트웍스와는 ‘CJ PAY 우리통장’을 선보였다.
NH농협은행은 당근페이와 제휴해 부동산 고액거래에 안심거래 API를 연계했고 컬리페이와는 ‘NH퍼플통장’을 출시했다. 중소기업 대상 임베디드 금융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보기술(IT) 전문기업 다우기술과 손잡고 ‘다우오피스’에 자사 금융 API를 연계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계좌조회·이체·환율조회 등 주요 금융 기능을 외부 경영지원 플랫폼 안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도록 ‘NH임베디드플랫폼’을 연내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은행들은 고객이 머무는 플랫폼 안에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곧 ‘락인 효과’로 직결된다고 본다. 아울러 예대마진에 치우친 기존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API·제휴 기반의 비이자 수익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전략으로 삼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금금리로만 경쟁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고객이 머무는 환경을 먼저 찾아가야 한다”며 “플랫폼 중심 금융 전략은 단기 성과보다 장기적 생존 전략으로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