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3대 경제 강국에서 사상 처음으로 극우·포퓰리스트 정당이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고물가와 이민 문제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결과 유럽 전역에서 민심 이반이 가속화하는 흐름이다.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극우 정치인인 나이절 패라지가 이끄는 반이민 정당 영국개혁당(리폼UK)이 최근 6개월 새 급부상했다. 100년 넘게 정치를 양분해 온 노동당과 보수당을 제치고 지지율에서 여유 있게 앞서 나갔다.
프랑스에서는 올해 들어 반이민 성향의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이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달 여론조사 기관 엘라브 조사에 따르면 극우 지도자 마린 르펜의 후계자로 꼽히는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가 36%의 지지율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으로 떠올랐다. 차기 대선 가상 대결에서도 RN 후보인 바르델라 또는 르펜이 1차 투표에서 선두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독일에서는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올해 초부터 기민당(CDU)과 팽팽히 맞서왔다. 독일 여론조사기관 포르사에 따르면 AfD 지지율은 최근 몇 주 새 소폭 상승하면서 4월 이후 처음으로 선두를 차지했다.
이미 이탈리아, 핀란드, 네덜란드에서는 극우·반이민 정당이 집권에 성공했지만 유럽 주요 경제 대국들이 동시에 이러한 변화를 겪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이들 국가의 공통적인 극우 득세의 배경은 공통 배경은 △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이민 급증 △ 물가 급등과 체감 생활비 부담 △ 경제 저성장이다. 전통 정치 엘리트에 대한 불신과 사회 분열이 기존 양당제와 중도 정당의 기반을 흔들면서, 비록 선거까지 시간이 남아 있다 해도 3국 모두 정치적 격량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컨설팅 회사 맥라티어소시에이츠의 유럽 책임자인 제러미 갈롱은 경제적 쇠퇴감과 급격한 이민이 결합하면서 전통 정당에 대한 민심 이반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영국 소도시에서부터 프랑스 농촌, 독일 중소도시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이 전통 엘리트들이 자신들을 무시하거나 그들의 우려를 외면한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무지타바 라흐만 유라시아그룹 유럽 담당 이사는 “이 세 나라 지도자들은 모두 급부상하는 극우 세력과 씨름하고 있다”며 “정치인들이 이민과 생활비 부담이라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면 극우 세력은 권력의 문턱에 다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