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동남아시아 국가 연합(아세안·ASEAN)의 대표 신흥 제약시장인 베트남을 향해 속속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고성장이 예상되는 의약품 수요와 더불어 동남아 시장 전체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베트남은 K-바이오에 새로운 전략적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셀트리온은 지난해 베트남 현지법인을 설립한 뒤 올해부터 본격적인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와 유방암·위암 치료제 ‘허쥬마’(성분명 트라스투주맙)은 올해 6월과 8월 각각 출시했으며, 연내에 인플릭시맙 피하주사제형인 ‘램시마SC’와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성분명 리툭시맙)를 출시해 현지 시장에서의 입지를 한층 더 공고히 할 예정이다.
GC녹십자는 지난달 16일 수두백신 ‘배리셀라주’에 대한 베트남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이번 품목허가를 위해 GC녹십자는 베트남 현지 임상시험을 수행하며, 제품의 안전성과 면역원성을 입증했다. 수두백신은 소아 대상 접종이 이뤄지는 만큼, 품질인증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회사는 베트남 내 민간 시장 중심 백신 유통 구조를 고려해 현지 지사를 통한 직접 판매로 연간 고정 매출 창출에 집중할 계획이다.
대원제약은 최근 ‘펠루비정’과 트라마돌을 결합한 복합진통제 ‘DW1021’의 베트남 임상 1상을 완료했다. 국내 제약사 중 최초로 베트남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한 사례로, 현지 연구개발(R&D) 및 임상 역량을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대원제약은 향후 임상 후속 단계와 품목 허가를 통해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베트남을 동남아 시장 진출의 관문으로 보고 있다. 베트남은 인구 약 1억 명에 달하는 내수 시장뿐만 아니라, 아세안 지역 전체로의 유통·확산이 용이한 지리적 이점을 갖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잇따른 베트남 진출은 단순한 해외 진출을 넘어, 동남아시아 전체를 겨냥한 글로벌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한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에서 입지를 조기에 확보하면 향후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등 다른 신흥국 시장 진출도 한층 수월해진다”며 “성장하는 시점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두는 것이 향후 추가 품목 진입에도 탄력을 줄 수 있다. K-바이오가 글로벌 무대에서 입지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신흥국 시장에서의 선점 효과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지 의약품 시장 성장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23년 베트남의 의약품 시장 규모는 46억6000만 달러(약 6조4960억 원)를 기록했다. 2029년까지 연평균 4.9% 성장률을 기록해 2029년에는 62억6000만 달러(약 8조7250억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베트남도 60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19년 11.9%에서 2023년 13.9%로 증가하며 의약품 수요가 지속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