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고 모델, ‘물류 최적화 설계’ 적재고 낮춰 상하차 탁월⋯이틀에 한 번 충전으로 충분

기아가 내놓은 첫 전동화 전용 목적 기반 차량(PBV) ‘더 기아 PV5’는 단순한 승합차나 화물차로 규정하기 어렵다. 실제 시승에서 마주한 PV5는 전동화 플랫폼 위에 고객 맞춤형 솔루션을 결합해 ‘자동차, 그 이상의 플랫폼’이라는 기아의 정의를 그대로 증명했다. 이동수단을 넘어 업무와 생활, 여가를 연결하는 새로운 모빌리티 경험이 가능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와 인천 영종도 왕복 84km를 PV5 패신저 모델과 카고 모델로 달려봤다.
패신저 모델은 완성도 높은 주행 성능과 탑승자의 편의성에 초점을 맞춘 모델로 휠베이스가 2995㎜에 달한다.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차체 크기임에도 실내 공간은 대형 세단급에 가깝다. 2열 시트는 리클라이닝과 ‘폴드&다이브’ 기능이 적용돼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 1330ℓ에서 2열을 접으면 최대 2310ℓ까지 확장된다.
승하차 편의성도 눈에 띄었다. 399㎜에 불과한 2열 스텝 높이와 775㎜ 폭의 슬라이딩 도어는 노약자나 휠체어 사용자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실제 탑승 과정에서 문턱이 낮아 어린이나 노약자가 불편을 느끼지 않았다.

주행에서는 전기차 특유의 정숙성과 매끈한 가속이 돋보였다. 최고출력 120㎾, 최대토크 250㎚의 전기모터는 도심 구간에서 부드럽지만 충분한 힘을 냈다. 71.2㎾h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358㎞(복합 기준)까지 달릴 수 있고, 급속 충전(350㎾ 기준) 시 30분 만에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채울 수 있다.
스마트 회생제동 시스템 3.0은 도심 주행의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전방 교통 흐름과 내비게이션 정보를 바탕으로 자동으로 감속해 브레이크를 밟을 필요가 적었다. 5시간 이상 도심·고속도로를 오가며 주행했지만 피로감은 확연히 줄었다.
카고 모델은 도심 물류 배송에 중점을 둔 차량으로 실용성이 강점이다. 전장 4695㎜의 롱 모델 기준 화물칸 길이는 2255㎜, 너비 1565㎜, 높이 1520㎜로 최대 4420ℓ까지 적재 가능하다. 개구부 폭은 1343㎜로 국내 표준 팔레트(1100×1100㎜)를 실을 수 있다. 적재고는 419㎜로 낮춰 하루에도 수십 차례 상하차 작업을 반복하는 배송 현장에서 탁월한 효율을 보여준다.
좁은 골목길 주행도 수월했다. 최소 회전반경이 5.5m에 불과해 대형 세단 수준과 맞먹는다. 언덕길에서도 전동화 파워트레인의 즉각적인 토크 덕분에 화물을 실은 상태에서도 안정적인 출발이 가능했다.

배터리 사양은 롱레인지(71.2㎾h)와 스탠다드(51.5㎾h) 두 가지로 운영된다. 주행거리는 각각 377㎞, 280㎞. 서울시 사업용 차량의 하루 평균 주행거리가 승합차 173㎞, 화물차 107㎞인 점을 고려하면 이틀에 한 번 충전으로 충분하다.
기아는 PV5를 시작으로 카고 하이루프, 오픈베드, 라이트 캠퍼 등 다양한 파생 모델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하나의 공간, 무한대의 라이프’라는 마케팅 슬로건처럼 PV5는 물류, 모빌리티 서비스, 가족용 레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확장 가능한 플랫폼이다.
실제 시승에서 체감한 PV5는 이동성과 편의성을 넘어 새로운 생활·비즈니스 방식을 가능케 하는 ‘움직이는 플랫폼’이었다. 전동화 전환과 맞춤형 모빌리티 수요가 가속화되는 글로벌 시장에서 PV5는 기아의 PBV 전략을 상징하는 모델이자 국내 모빌리티 혁신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