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에 도입하는 미국산 장비에 대한 허가제 복원을 예고한 것은 ‘전략적 압박 카드’라는 분석이 나왔다.
채민숙·황준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일 “이번 미국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중국법인 ‘검증된 최종 사용자(Validated End User·VEU)’ 지위 철회 발표는 실질적 제한 조치라기보다 미국의 전략적 압박 카드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사전 공개된 관보를 통해 삼성전자 중국법인과 SK하이닉스 중국법인에 대한 VEU 지위를 철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조치는 2일 정식 관보 게재를 앞두고 있다. 해당 조치 실행 시점은 공식 발표일로부터 120일 이후다.
VEU는 별도 허가 절차나 기간 제한 없이 미국산 장비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적 지위를 뜻한다. 이번 VEU 철회로 삼성전자 중국 시안 낸드 공장과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D램 공장과 다롄 낸드 공장은 120일의 유예 기간이 끝나면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를 들여올 때 미국 정부로부터 허가받아야 한다.
이에 대해 채 연구원과 황 연구원은 “삼성전자 시안 팹은 동사 낸드 생산능력(CAPA)의 약 40%를 차지한다”며 “SK하이닉스 우시 팹은 동사 디램 CAPA 40%를, 대련 팹은 낸드 CAPA 30%를 각각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공지능(AI) 서버용 메모리뿐 아니라 일반 서버용 디램은 물론 기업용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까지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AI 투자를 위해 설비투자(CAPEX)를 지속 증가하고 있는 클라우드서비스제공자(CSP) 기업 투자 중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다음으로 가장 큰 금액을 차지하는 것은 메모리”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메모리 공급 불안으로 가격이 상승하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은 미국 CSP 기업들”이라며 “이 점을 고려할 때 추후 메모리에 대해서도 엔비디아 중국 수출용 칩 ‘H20’ 수출 재개와 같이 완화 조치가 추가 발효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중국 제재가 강화되며 국내 메모리 밸류체인 전반에 부담을 주고 있다”면서도 “TSMC와 마찬가지로 메모리는 이미 수십 년간 공급망이 전 세계로 분산돼 미국 주도로 이를 재편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 주가에 부담될 수 있는 뉴스이지만, 곧 해소될 수 있는 불안감이라고 판단한다”며 “반도체 업종에 대한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