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태국에서 자전거를 타다 큰 사고를 당한 40대 K씨는 현지 병원에서 긴급 수술을 받고 귀국했지만, 다리 통증이 가라앉지 않아 최근 국내에서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치료 시기를 놓쳤다면 평생 장애가 남을 수 있었다는 주치의의 말에 K씨는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부산 온병원 척추관절센터 김윤준 부원장(인제의대 부산백병원 정형외과 외래교수)은 지난 11일 K씨에 대해 척추마취 하에 오른쪽 대퇴골 아랫부분과 왼쪽 정강이뼈 윗부분을 다시 맞추고 금속 고정판으로 고정하는 ‘내고정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고 31일 밝혔다.
앞서 K씨는 7월 27일 태국 여행 중 자전거 사고로 경골과 대퇴골이 골절돼 현지 최고 수준이라는 B병원에서 긴급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귀국 후에도 통증이 계속됐고, 검사 결과 뼈가 제대로 붙지 않은 ‘부정유합’ 상태라는 진단을 받아 결국 재수술이 불가피했다.
K씨는 국내 여러 병원에 재수술을 문의했으나, "해외에서 받은 수술은 책임을 지기 어렵다"는 이유로 거절당하다가 지난 8월 6일 온병원 응급센터를 통해 겨우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김 부원장은 "응급상황을 넘겼다고 끝난 게 아니며, 정밀검사와 추후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교통사고로 치료받은 사례는 694건, 폭행·상해 피해는 584건에 달했다. 매년 수백 명이 현지 병원에서 응급수술 등 의료처치를 받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해외에서의 응급수술은 일시적인 생명·통증 관리에는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 치료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특히 국내보다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에서는 뼈 고정술이나 재활 치료의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어, 귀국 후 반드시 재평가가 필요하다.
대한종합병원협회 정근 회장은 "현지에서 수술받더라도 X선·CT 영상, 수술기록지, 투약내역 등 모든 자료를 확보해 귀국해야 한다”며 “국내 의료진이 이를 바탕으로 사후 치료 방향을 잡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K씨는 "태국 내 최고라는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는데, 뼈가 제대로 붙지 않았다는 사실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국제 수가로 상당한 비용을 부담했는데, 결국 재수술까지 받게 된 점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해외여행객 증가와 함께 뜻밖의 사고·수술 사례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응급치료가 끝났다고 안심하지 말고, 귀국 즉시 국내 의료진에게 후속검진을 받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