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원전 동맹 강화
VEU 철회 불확실성 커져

일주일간의 한미 정상회담 경제사절단 일정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출장 소회에 관해 "일 열심히 해야죠"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31일 새벽 1시 15분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의 만남, 내년 사업 구상 등 질문에 대해서도 재차 "일 열심히 할게요"라고만 거듭 답했다.
이 회장은 24일 오후 방미사절단으로 출국한 지 일주일 만에 귀국했다. 출장 기간 이 회장은 조선과 원전 사업 등에서 한미 협력 강화에 힘을 싣는 한편 엔비디아 등 핵심 고객사와 인공지능(AI) 사업을 논의했다.
삼성그룹은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조선 및 원전 사업 등에서 협력을 다졌다. 삼성중공업은 미국 비거 마린 그룹과 '미국 해군 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 등에 관한 전략적 파트너십(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삼성중공업은 미국 해군·해상수송사령부 MRO 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향후 협력 범위를 확대해 미 파트너 조선소와의 공동 건조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삼성물산은 한국수력원자력과 함께 페르미 아메리카와 'AI 캠퍼스 프로젝트'의 건설 등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한 협력 MOU를 체결했다.
페르미 아메리카가 미 텍사스주 아마릴로에 추진 중인 AI 캠퍼스에는 대형 원전 4기, 소형모듈원자로(SMR) 2기, 가스복합화력, 태양광 및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결합한 전력 공급 인프라와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 회장은 25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이후 이어진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젠슨 황 CEO와 포옹하기도 했다. 이 장면을 두고 반도체 업계에서는 엔비디아에 대한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 납품 소식이 임박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메모리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여전히 엔비디아에 HBM3E(5세대)를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엔비디아 슈퍼컴퓨터에 최적화된 반도체칩을 SK와 삼성이 제공하는 논의가 있었다"며 "AI 산업에서 양국의 협력 가능성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추가적인 대미(對美) 반도체 투자 규모나 엔비디아로의 HBM 공급 계획 등 구체적인 사안은 공개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예고한 반도체 100% 품목관세와 관련한 세부 사항도 확정되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적용해오던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지위를 취소하기로 하면서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VEU는 지정 기업이 별도 허가 절차 없이 장비를 수입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라인과 SK하이닉스의 우시 D램·다롄 낸드 공장은 이번 조치로 내년 1월부터 미국산 장비를 도입할 때마다 건별 개별 심사를 받아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체 메모리 생산에서 중국 공장의 비중이 작지 않은 만큼 향후 생산 차질과 비용 부담이 예상된다.
이러한 조치에 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VEU 지위가 철회되더라도 우리 기업들에 대한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미국 정부와 계속해서 긴밀히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