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건설·대면서비스업 위축…냉방가전 판매는 반짝
한은 “기상이변, 잠재성장률 하방압력…재정·인프라 대응 필요”

최근 이어진 집중호우와 폭염이 경제 성장률을 끌어내리고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최근 집중호우와 폭염의 성장·물가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여름 기록적인 기상이변은 건설업, 농림어업, 대면서비스업 등 외부활동과 밀접한 산업에 뚜렷한 부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됐다.
집중호우가 열흘 늘어날 경우 연간 농림어업 성장률은 2.8%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농경지 침수와 가축 폐사 피해가 직접적 타격을 주었고, 건설업 역시 공사 중단으로 단기 충격이 상당했다. 음식·숙박업 등 대면서비스업은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이 외식물가로 전가되면서 시차를 두고 수요 감소가 확대됐다.
폭염 또한 성장 둔화 요인으로 작용했다. 건설업은 당기 영향은 미미했으나 4~6개월 이후 작업 지연이 누적되며 감소세가 두드러졌고, 대면서비스업은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으로 수요가 위축됐다. 반면 냉방가전 판매 확대와 전력소비 증가는 일시적으로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
제조업은 반도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이 대부분 실내 작업으로 이뤄져 직접적 피해는 제한적이었다. 소매판매도 온라인 거래가 늘면서 야외활동 감소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상당 부분 상쇄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2020년대 들어 집중호우 발생일수가 2000년대 대비 23.9% 증가했고, 폭염일수도 같은 기간 44.9% 늘었다고 지적했다. 최근 3년(2023~2025년)간은 모두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해 경제 충격이 과거보다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기상이변으로 2020년대 들어 3분기 성장률은 2010년대보다 평균 0.1%포인트, 연간으로는 약 0.04%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기상여건이 심화될 경우 피해 규모가 비선형적으로 확대돼 기존 예측을 크게 상회할 수 있다고 한은은 경고했다.
물가 영향도 컸다. 7월 집중호우와 폭염으로 시금치, 깻잎 등 채소류와 복숭아, 수박 등 과일 가격이 급등했다. 계란은 산란계 폐사와 산란율 저하로 가격이 평년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며, 돼지와 닭 등 축산물 가격도 상승세를 보였다. 수산물은 해수면 온도가 10년래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고등어, 오징어 등 주요 어종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로 인해 3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3%포인트, 연간으로는 0.1%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은 외식물가에도 영향을 미쳐, 향후 내수 회복 과정에서 외식서비스 물가 상승세가 강화될 가능성이 지적됐다.
보고서는 극단적 기상현상은 인명·재산 피해뿐 아니라 생산성 저하로 잠재성장률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특히 우리 사회기반시설은 과거 기후여건에 맞춰 설계돼 최근 급증하는 집중호우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인프라와 재난 대응체계 설계 시 장기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반영해야 한다"며, "다만 지방 소도시·군은 재정자립도가 낮아 대응력이 취약한 만큼 중앙정부 지원과 함께 비용·효익 분석을 통해 균형 있는 정책조합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