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관세에 노조 갈등까지 ‘이중 리스크’
조선업 등 산업계 전반 번질 우려도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조가 원청을 겨냥한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으로 하청 노조와 원청 간 직접 교섭이 가능해지면서, 노조 측의 움직임이 한층 거세지는 분위기다.
27일 오전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청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아 파견법을 위반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현대제철은 파견법을 위반하며 하청 비정규직을 착취했고, 이 범죄를 덮으려 자회사를 강제했다”며 “비정규직 노동자가 직접 교섭을 쟁취하고 불법 파견에 종지부를 찍으면, 그 선례는 다른 하청, 간접 고용 현장까지 노동자 권익을 높이는 길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집단 고소에는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 1892명이 참가했다. 피고소인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이사, 안동일 전 현대제철 대표이사 등 세 명이다.
노조는 원청이 하청 노동자와 교섭하지 않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는 판결이 있었는데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에 따르면 2021년 고용노동부가 현대제철의 불법파견에 대해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내렸다. 2022년에는 인천지법이 근로자 지위 확인 판결을, 올해 7월에는 서울행정법원이 교섭 거부를 부당노동행위로 판단했다. 다만 검찰은 고용부의 기소 의견에도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한편 철강업계는 대외 환경 면에서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이 같은 노사 갈등에 대한 우려감이 큰 편이다. 최근 한미 정상회담이 마무리됐지만 업계가 기대했던 미국의 철강 품목 관세 완화 논의는 성사되지 않았다. 여전히 50%에 달하는 고율 관세가 유지되면서, 기업들은 고율 관세에 노조 리스크까지 겹치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내수시장에서는 저가 중국산 철강재 유입을 막기 위해 반덤핑 관세로 일정 부분 가격을 방어하고 있지만, 대미 수출은 지난해 대비 26% 급감하며 고관세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에 중국의 감산 조치, 일본의 US스틸 인수 효과 등 글로벌 공급망과 경쟁 구도에 큰 변수가 이어지고 있어 업황의 불확실성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산업계 전반으로 번지면서 노사 갈등의 불씨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철강업이나 건설업 외에도 조선업은 협력사 비중이 60%가 넘다”며 “원청 부담이 커지면서 노사 구조가 불안정적으로 형성되면 공정 지연 등 곳곳에서 후속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