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과 철인왕후가 ‘폭군의 셰프’ 속으로? [해시태그]

입력 2025-08-27 14:38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디)
(디)


영 미덥잖은 요리사의 등장. 어리숙하고 믿을 구석이 없어 보이지만 자신만만하게 요리를 내놓는데요. 결과물은 (상대적으로)초라. 의심의 눈초리는 더 짙어진 상황. 그러나 분위기는 순식간에 뒤바뀌죠. 한 입 베어 문 요리는 ‘美味(미미)’. 그야말로 미친 맛에 휘둥그레진 눈과 거침없이 요리로 향하는 바쁜 손놀림. 다시 한번 요리사를 쳐다봅니다. “당신은 누구?”

어딘가 익숙하지만 그래도 숨죽여지는 그 묘한 맛이 또 등장했습니다. 로코(로맨틱 코미디), 타임슬립 그리고 음식. 그야말로 환장하는 재료들이 함께한 완벽한 비빔밥이 아닐 수 없는데요.


(출처=tvN 유튜브 캡처)
(출처=tvN 유튜브 캡처)


tvN 토일드라마 ‘폭군의 셰프’가 이른바 그 비빔밥 계보를 새롭게 열고 있습니다. 1회 시청률 4.9%로 출발해 2회에서는 6.6%까지 치솟으며 초반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그렸는데요. 웹소설 ‘연산군의 셰프로 살아남기’라는 탄탄한 원작의 힘도 얻었습니다.

이 드라마는 ‘요리와 정치가 만난다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하죠. 절대 미각을 가진 폭군 ‘연희군 이헌(이채민 분)’과 미래에서 온 셰프 ‘연지영(임윤아 분)’의 만남, 그리고 음식 한 접시로 왕과 권력을 흔드는 이야기는 시청자에게 낯설면서도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함을 동시에 안겨주는데요. 바로 90년대 레전드 애니메이션 ‘요리왕 비룡’과 타임슬립 사극의 ‘철인왕후’입니다.

‘폭군의 셰프’의 요리 장면은 단순한 조리 과정을 넘어서는데요. 2회에서 연지영이 질긴 고기를 저온에서 오래 익히는 수비드 기법을 떠올리며 조선시대의 한정된 장비로 고기를 밀봉하고 뜨거운 물에 직접 손을 담그는 장면은 주변을 소리치게 했죠. 이어 조선표 수비드 요리를 맛본 임송재(오의식 분)와 임서홍(남경읍 분)의 황홀한 맛 표현은 비룡을 기억하는 세대에게 너무나 ‘익숙한 향기’를 풍겼습니다.


(출처=애니맥스 캡처)
(출처=애니맥스 캡처)


90년대 방영된 ‘요리왕 비룡’은 요리를 소재로 한 작품 가운데서도 극도로 과장된 리액션으로 유명했는데요. 누룽지탕을 먹고 만리장성이 펼쳐지거나 요리에 불사조가 날아오르는 장면은 지금도 밈(Meme)으로 소비되죠. ‘폭군의 셰프’ 속 이헌이 “천하일미”라며 음식에 감탄하는 장면 역시 비룡식 리액션이 곧바로 연상됐는데요. 사극임에도 불구 과장된 묘사를 가미해 음식 맛을 감각적으로 시각화한 재미는 그 모티브가 비룡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들게 했죠.

2020년 방영된 tvN ‘철인왕후’는 궁중 요리에 현대의 감각을 접목하며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여자 요리사와 타임슬립의 선배죠. 다만 철인왕후 김소용(신혜선 분) 몸에 들어간 영혼 장봉환(최진혁 분)은 남성이고 단순 요리사가 아닌 지체 높은 ‘중전’이라는 점이 다릅니다.

지아비(?)인 철종(김정현 분)을 돕기 위해 현대의 음식을 조선풍으로 재가공하는 김소용의 능력이 흥미를 불러왔는데요. 특히 위기의 연회 자리에서 회오리 감자를 내놓으며 ‘용수 감자’라는 이름을 붙였고요. 콩고기와 빵을 조합한 햄버거를 ‘맥두날두 m(맥도날드)’라 명명했죠. 후식으로 준비한 양갱을 나눠주며 점괘를 보게 한 ‘포춘양갱(포춘쿠키)’ 또한 조선과 현대가 격하게 어우러졌다는 평이었는데요. 김소용의 기막힌 조리 과정 또한 눈을 뗄 수 없었죠.


(출처=tvN 유튜브 캡처)
(출처=tvN 유튜브 캡처)

(출처=tvN '철인왕후' 캡처)
(출처=tvN '철인왕후' 캡처)


‘폭군의 셰프’ 역시 이런 현대풍의 MSG가 함께하는데요. 1회에서 연지영이 선보인 버터 비빔밥은 그야말로 당시 조선에 없는 버터와 볶음 고추장(과거로 타임슬립 하기 전 기내에서 챙겨둔 재료)을 사용한 요리였습니다. 기름진 서양의 풍미를 전통 한식에 가미한 발상은 이헌의 마음을 뒤흔들었습니다.

이 완벽한 비빔밥은 한국 시청자들을 넘어 외국 시청자들도 빠져들었는데요.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넷플릭스(OTT)에 공개된 ‘폭군의 셰프’는 첫 회부터 23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고 2회 직후에는 41개국으로 늘어났습니다. 아시아를 넘어 중동과 남미까지 고르게 팬을 흡수했는데요. 특히 한국 드라마가 아닌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들(‘호스티지’, ‘웬즈데이’)을 제치고 글로벌 1위에 올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죠.

어찌보면 이제는 익숙한 K콘텐츠. 사극도 예외가 아닌 데다 ‘음식’이라는 소재는 모두를 아우르는 보편적 언어와도 같은데요. ‘맛있다’라는 경험은 문화가 달라도 통하고 이를 통한 서사는 전 세계 시청자들의 몰입을 끌어내고 있습니다.

다만 승승장구 속에서도 논란은 있었는데요. 드라마 속 자막에서 ‘태평성대(太平聖代)’를 ‘성대(聖代)’가 아닌 ‘성대(盛大)’로 잘못 표기한 거죠. 사극에서 한자 오류는 곧바로 제작진의 검수 부실로 지적됐습니다. 제작진은 즉각 사과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검수 과정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 작은 흠집은 작품에 관한 관심, 호와 불호 모두 증폭시키는 계기가 됐죠.


(출처=tvN 유튜브 캡처)
(출처=tvN 유튜브 캡처)


어디선가 본 듯한데 또 완전히 새로운 것, 이 또한 끌리는 도파민인데요. 조선 시대 궁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요리와 치열한 권력다툼. 그 안에서 스테이크의 등장은 기묘하지만 쾌감을 안기는 풍경이 아닐 수 없죠. ‘요리왕 비룡’을 넘는 격한 리액션도 ‘철인왕후’를 능가하는 조선풍 현대식(食)도 그저 기다려지는데요. 반전의 맛, 반전의 요리가 바꾸어갈 ‘폭군의 셰프’ 속 조선 풍경에 기대감이 부풀고 있습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쯔양·닥터프렌즈·닥터딩요와 함께하는 국내 최초 계란 축제 '에그테크코리아 2025' 개최
  • 달러가 움직이면 닭이 화내는 이유?…계란값이 알려준 진실 [에그리씽]
  • 정국ㆍ윈터, 열애설 정황 급속 확산 중⋯소속사는 '침묵'
  • ‘위례선 트램’ 개통 예정에 분양 시장 ‘들썩’...신규 철도 수혜지 어디?
  • 이재명 대통령 직무 긍정평가 62%…취임 6개월 차 역대 세 번째[한국갤럽]
  • 겨울 연금송 올해도…첫눈·크리스마스니까·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해시태그]
  • 대통령실 "정부·ARM MOU 체결…반도체 설계 인력 1400명 양성" [종합]
  • ‘불수능’서 만점 받은 왕정건 군 “요령 없이 매일 공부했어요”
  • 오늘의 상승종목

  • 12.0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7,115,000
    • -1.17%
    • 이더리움
    • 4,697,000
    • -0.87%
    • 비트코인 캐시
    • 855,000
    • -2.4%
    • 리플
    • 3,100
    • -3.91%
    • 솔라나
    • 205,700
    • -3.34%
    • 에이다
    • 652
    • -2.4%
    • 트론
    • 428
    • +2.88%
    • 스텔라루멘
    • 375
    • -0.79%
    • 비트코인에스브이
    • 30,920
    • -1.34%
    • 체인링크
    • 21,280
    • -1.71%
    • 샌드박스
    • 220
    • -3.08%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