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에너지원 SMR 힘주는 트럼프
韓 기업들, 미국 3대 SMR사와 MOU

이재명 대통령 방미를 계기로 한미 양국 기업이 원자력 분야 협력을 강화한다.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에서 진행 중인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들의 진출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특히 소형 모듈 원자로(SMR)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양국 기업들은 조선, 원자력, 항공, 액화천연가스(LNG), 핵심 광물 등 분야에서 총 11건의 계약과 MOU를 체결했다. 원전 분야의 경우 4건의 MOU가 체결됐다.
한국수력원자력, 두산에너빌리티, 엑스-에너지,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소형모듈원자로(SMR)의 설계, 건설, 운영, 공급망 구축, 투자 및 시장확대 협력에 관한 4자 간 MOU를 맺었다. 양국이 SMR 사업과 텍사스주 '인공지능(AI) 캠퍼스 프로젝트'에 필요한 전력 공급에 힘을 합치기로 하면서, 미래 에너지 시장 선점을 위한 원자력 협력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다.
SMR은 발전용량 300메가와트(㎿) 이하의 소규모 원자로다. AI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 받는다. 현재 가동 중인 SMR은 중국과 러시아에 있는 3기에 불과하지만, 2030년 경에는 미국을 포함해 SMR 프로젝트 가동이 예상된다.
글로벌 SMR 시장 규모는 2027년 104억달러에서 2040년 3000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438조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도 에너지 자립을 강조하면서 SMR 사업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SMR 시장 확대가 기대된다.
SMR 분야는 미국 지식재산권과 한국의 제조 역량이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대표적 분야로 꼽힌다. 앞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2일 방한한 빌 게이츠 빌앤드멀린다게이츠 재단 이사장과 만나 양국 에너지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SMR 개발사 테라파워 회장을 맡고 있다.

엑스-에너지는 뉴스케일, 테라파워와 함께 미국의 3대 SMR 기업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3년 엑스-에너지에 지분을 투자해 핵심 기자재 공급사로서 협력 관계를 구축해 왔다. 엑스-에너지는 미 에너지부(DOE) 지원을 받아 텍사스주에서 다우케미칼과 초도호기 사업을 추진 중이다. DOE는 총 12억 달러를 투입해 엑스-에너지 SMR 실증을 지원하고 있다.
협약에 따라 4개사는 SMR 설계·건설·운영·공급망 구축과 투자·시장 확대 등 전주기에 걸쳐 협력한다. 특히 AWS가 약 7억 달러를 투자한 5GW 규모 SMR 상용화 추진 과정에서 긴밀히 협력할 계획이다. 이는 엑스-에너지의 80MW급 SMR 64기에 해당하며, 2039년까지 AWS 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에 활용될 예정이다.
또 두산에너빌리티와 미국 민간 에너지 개발사업자 페르미 아메리카는 미국 텍사스주에 추진 중인 '인공지능(AI) 캠퍼스 프로젝트'에 공급할 대형 원전과 SMR 기자재 관련 포괄적 협력 관계를 구축한다.
해당 프로젝트는 대형 원전 4기(총 4GW), SMR, 가스복합발전, 태양광, 대규모 BESS(배터리에너지저장시스템) 등을 결합해 최대 11GW 규모 독립 전력 인프라와 세계 최대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페르미 아메리카는 미국 전 에너지부 장관 릭 페리가 공동 설립했다.
한수원·삼성물산과 페르미 아메리카는 AI 캠퍼스 프로젝트의 건설 등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한 협력 MOU를 체결했다. 한수원은 미국의 핵연료와 서비스 공급사인 센트루스와 우라늄 농축 투자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와 농축우라늄 공급물량 확대 계약을 체결했다.
센트러스는 미국 원자력안전위원회(NRC)로부터 차세대 원전과 SMR 등의 연료로 사용되는 고순도저농축우라늄(HALEU) 생산 허가를 획득한 유일한 기업이다.
한수원이 센트러스와 맺은 MOU에는 포스코인터내셔널도 참여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역할은 농축우라늄 공급망 확보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측은 “당사는 농축우라늄 공급망 확보를 시작으로 핵연료 밸류체인을 확대하고자 한다”면서 “이번 사업을 통해 한수원과의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핵연료 사업자로서 지위를 공고히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은 “양국 정부의 관심과 지원 속에, SMR 사업화 속도를 높이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어 뜻깊게 생각한다”며 “이번 협약이 양국 에너지 산업 협력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두산의 검증된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