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돌발 발언을 잇따라 쏟아내며 이재명 대통령을 직접 압박하고 나섰다. 회담 전부터 협상 상대를 흔들어 기선을 제압하려는 트럼프 특유의 '거래 전술'이 발동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관세·방위비·농축산물 개방 등 굵직한 현안을 앞둔 상황에서 한국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임으로써 협상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미국 현지시간) 오전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한국의 새 정부가 최근 며칠 동안 교회에 대해 매우 잔인한 단속(vicious raid)을 벌이고 심지어 우리 군사 기지(military base)에 들어가 정보를 수집했다고 들었다"며 "그렇게 해서는 안 됐을 텐데 나쁜 소식을 들었다. 진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새 대통령을 만나 확인해볼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에 대한 내란 특검이 한미 공군이 공동 주둔 중인 오산 공군기지 압수수색 등을 겨냥한 발언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이날 9시20분(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서는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라며 "숙청(Purge) 또는 혁명(Revolution) 같아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그것을 수용할 수 없고 거기(한국)에서 일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발언 역시 윤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수사와 재판을 여냥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또 최근 한국 내 반(反)기업 법안 추진 등 경제계 불안을 자극하는 이슈를 거론하며 협상 테이블에서 한국 측을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협상 테이블의 긴장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다만 정부 관계자들은 신중한 해석을 내놨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굉장히 다양한 협상 경험, 이런 것들을 저희들이 충분히 알고 있다"면서 "그 이상의 과도한 해석은 지금으로서는 사실은 그다지 필요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상에 나선 대통령과 정부 측 협상팀을 믿고 응원하는 것이 최상이 아니겠는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압박 전술"이라며 "한국이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는 보고를 받은 것"이라고 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외교 무대에서도 이 같은 압박 전술을 종종 구사해 왔다.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에 앞서서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SNS에서 '독재자'라 비난했지만, 막상 회담에서는 우호적 분위기를 연출하며 협상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끈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