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법률 - 이혼] 아이를 낳는 데 부부 모두의 동의가 필요할까

입력 2025-08-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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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배우 이시영 씨가 전남편과 이혼 전 시험관 시술로 냉동 보관하던 배아를 이식해 둘째를 임신했다고 밝혀 논란이 벌어졌다. 임신한 것은 축하할 일이지만, 이 과정에서 전 남편의 동의가 없었다는 점 때문이다. 이 씨 전 남편은 둘째 임신에 반대한 것은 맞지만, 아빠의 책임은 다하겠다고 했다.

생명윤리법 제24조는 배아를 생성하기 위해 난자 또는 정자를 채취할 때 배우자의 서면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생성된 배아를 이식할 때에는 배우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이 씨가 배아를 이식할 때 배우자의 동의를 받지 않았더라도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 씨 전 남편의 입장에서는 본인이 동의하지 않은 배아 이식이 이뤄진 것인데, 의료기관에 이를 문제 삼을 방법은 없을까. 이 씨 전 남편이 의료기관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지난해 이와 유사한 사건이 있었는데, 법원은 의료기관이 별도의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았더라도 의료기관의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생명윤리법 시행규칙은 배아 생성 등에 관한 동의서 양식을 정하고 있다. 동의권자는 언제든지 동의한 사항을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만약 이 씨의 전 남편이 배아 이식 이전에 의료기관에 동의를 철회하였음에도 배아 이식이 이뤄졌다면 의료기관은 생명윤리법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았을 것이다.

배아 생성자는 배아의 관리 또는 처분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다고 판시한 헌법재판소의 결정 등을 참작한다면, 이 씨의 전 남편이 배아 이식 이전에 동의를 철회하였음에도 배아 이식이 이뤄졌을 경우 의료기관도 당연히 전 남편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을 것이다.

결국 현행 생명윤리법이 배아 이식 단계에서 별도의 동의 절차를 요구하고 있지 않으므로, 배아 이식 이전에 동의를 철회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의료기관에 책임을 묻기 어려워 보인다.

전 남편의 동의 없이 배아 이식돼 태어난 아이도 자신의 아이인 만큼, 전남편은 양육의 책임을 지게 되고 친권도 진다. 아이는 상속권도 가질 수 있다. 다만 당연히 이렇게 되는 것은 아니고, 아이가 태어난 다음 전 남편이 인지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5만2838개였던 배아 보관량은 2022년 11만5957개로 2배 넘게 많아졌다고 한다. 2013년 5348개였던 동결보존 난자는 2022년 8만5159개, 같은 기간 동결보존 정자는 4만9832개에서 6만7568개로 늘었다.

혼인∙임신 연령이 늦어지고, 이혼율도 높아지는 현재의 추세 등을 고려하면 배아 이식으로 인한 임신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 명백하고, 그로 인해 이와 관련한 법률적 이슈들도 많아질 듯하다.

이번에 이 씨 사례로 확인된 것처럼 현재 생명윤리법은 배아 이식 단계에서는 별도의 동의 절차를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임신‧출산과 같이 개인의 인격적인 판단에 의존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각 단계별로 동의권자의 동의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영국, 캐나다 같은 국가의 경우 배아의 이식을 포함해 수정 및 배아 생성 등 각 단계에서 당사자들의 동의를 요구한다. 우리 생명윤리법은 배아의 보존을 5년까지 가능하도록 규정하는데, 5년 전에 동의했다고 해서 배아 이식을 할 때 동의 절차를 요구하지 않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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