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보급을 담당하는 우리 환경부 직원들의 전기차 타는 비율이 얼마나 되나 확인해 봤더니 국민 평균인 3%를 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말의 향연이죠."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취임 첫날인 지난달 22일 출입기자단과의 첫 상견례 자리에서 한 말이다. 무공해차 보급 주무부처인 환경부의 '내부 실천'은 정작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이미 김 장관은 취임 전 약식조사를 통해 차량을 등록한 환경부 직원들의 전기차 보유율이 2.94%로 국민 평균(2.93%·6월 기준)과 사실상 같은 수준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실제 2030년까지 전체 등록 차량 중 무공해차 비중을 16.7%(450만 대)까지 높이겠다는 정부 목표를 감안하면 많이 부족한 수준이기는 하다. '탈탄소 문명 대전환'을 마치 성경처럼 읊는 김 장관 입장에서 이는 곧 환경부의 자기모순으로 보였을 것이다.
장관의 말에 환경부는 술렁였다. 한 달여 지난 지금 내연기관차로 출근하던 국·과장 중 일부는 전기차 구매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만난 한 간부는 "장관의 평가, 인사에 영향을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그간 김 장관은 심화하는 기후 위기 속 지속가능한 사회 구축, 재생에너지 대전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가 2018년 펴낸 <공존의 시대>에는 지구를 소진하는 방식으로 발전을 거듭해 온 인류에 닥칠 위기, 이를 예방하기 위한 정책적 구상이 담겨 있다. 7년이 지나 그가 우려한 기후 재난이 현실화하던 차에 환경당국 수장을 맡았으니 얼마나 의욕이 넘칠까도 싶다.
하지만 직무연관성과 별개로 환경부 직원 개개인의 무공해차 구매는 경제적 여건 등 다양한 이유로 부담일 수 있다. 사적 선택의 영역인 것이다. 하지만 공무원은 대개 장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쫑긋 세우고, 그 의중을 어떻게든 업무에 반영하게 된다. 특히 인사권을 가진 김 장관이 전기차 정책의 질적 문제가 아니라 직원이 전기차를 많이 타지 않는 것이 '언행 불일치'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실제 인사에 영향이 있든 없든 조직 사기에 좋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탈탄소 전환에 대한 김 장관의 절박함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사적 영역에 가까운 내부 직원의 차량 선택에 대해 질책하고, 그것이 조직 내 일종의 압박감으로 작용한다면 득보다 실이 더 많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김 장관이 환경부, 어쩌면 기후에너지부 수장으로서 추진해야 할 정책과제는 산적해 있다. 김 장관의 진심 어린 문제의식이 조직 내 동기부여, 나아가 정책 성과로 연결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