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보험사, 금리 하락기 듀레이션 확대

외국인이 최근 국내 채권시장에서 스트립채(STRIP)를 쓸어 담고 있다. 장기금리가 하락한데 따른 외국계 보험사 수요와 함께 최근 규제 강화로 인한 국내 보험사 수요가 집중된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스트립채 수요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채권시장에 따르면 이달들어 19일까지 외국인의 스트립채 순매수 규모는 2430억 원에 달했다. 지난달에도 2201억 원어치를 순매수해 최근 5년래 최대 순매수를 기록한 바 있다. 올들어 19일까지 순매수 규모 역시 7593억 원에 달한다. 특히, 6월까지 월 평균 500억 원대를 기록하던 순매수 규모가 최근 두 달새 네 배 이상 급증했다. 외국인은 2023년에도 스트립채를 매집한 바 있지만 지금과 같은 대량 순매수는 아니었다. 당시 연간 순매수 규모는 총 5551억 원이었고, 월별 최대 순매수 규모도 그해 2월 기록한 1870억 원이 전부였다. 이는 외국인이 국내 채권 순매수 규모를 줄이는 상황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외국인의 국내 채권 순매수 규모는 6월 21조6230억 원에서 7월 12조8580억 원, 8월(19일 현재) 2조3078억 원에 그쳤다.
스트립채란 원금과 이자가 붙어있는 채권을 분리해 원금과 이자를 별도로 매매하는 채권을 말한다. 이같은 채권을 매수하면 현재가치를 기준으로 채권에 투자한 원금을 회수하는데 걸리는 기간인 평균 듀레이션(가중평균만기)을 늘릴 수 있다. 때문에 금리 하락기에 일반 채권에 비해 시가 차익을 더 높일 수 있다. 채권의 특성상 같은 1bp(1bp=0.01%포인트) 금리가 하락하더라도 듀레이션이 긴 채권이 짧은 채권보다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상품인 보험을 취급하는 보험사가 보험 자금유입에 따른 부채 듀레이션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자산 듀레이션을 늘리는 수단으로도 선호된다.
전문가들은 지급여력(K-ICS·킥스) 및 자산부채관리(ALM) 규제를 강화하려는 최근 금융당국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고 봤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보험사들이 이같은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외국계 기관과 본드포워드 거래를 통해 스트립채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거래가 외국인 순매수로 잡힌 셈이다. 앞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달초 보험산업 건전성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를 열고 이같은 건전성 관리를 엄격히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이달 중 최종안을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했었다. 본드포워드란 금리 변동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파생상품으로 특정 시점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채권을 매수하는 거래를 말한다. 당장 자금이 없는 보험사로서는 몇 년 뒤까지 들어올 보험금을 담보로 이같은 거래를 통해 미리 자산 듀레이션을 늘릴 수 있고, 외국계 기관은 관련 채권의 보관료를 수수료 명목으로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금융상황과 거래별로 다르겠지만 본드포워드 수수료는 통상 1년에 10bp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채권시장의 한 참여자와 익명을 요구한 채권 애널리스트는 “킥스와 ALM 규제와 어우러져 있다. 특히 자금이 부족한데 장기채를 사야 하는 중소형 보험사들이 당장 규제를 맞추기 위해 본드포워드 거래를 많이 하고 있다. 외국계 투자기관들이 본드포워드 거래에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보니 발생한 현상”이라며 “이같은 거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장기금리가 하락하면서 외국계 보험사 수요도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우혜영 LS증권 채권 애널리스트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하락기에 있고 장기금리가 떨어지고 있다. 장기금리가 미국채 금리보다 낮다 보니 외국계 보험사들도 자산 듀레이션을 늘릴 수 있는 수단인 스트립채를 활용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