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쟁점 우크라 영토 재조정 논의서 제외
임시 휴전 둘러싸고선 美·유럽 온도차 뚜렷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온종일 예의 바르고 호의적으로 대했으며 불안정한 관계를 맺어온 유럽 지도자들에게도 눈에 띄게 친절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유럽 지도자들도 한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집단 안보 참여, 러시아 우크라이나 간 정상 회담 추진 및 미국을 포함한 3자 정상회담 계획 등 일부 성과도 있어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는 어렵지만 손에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다”며 “곧 개최될 3자 회담에서 갈등의 가장 첨예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더힐은 “이날 회담을 계기로 합의가 한층 가까워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회담에서 나온 발언들이 갈등의 근본 구도를 바꾸지 못했을 뿐 아니라, 구체적 실행 방안도 제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 보장을 제공하기로 확인했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유럽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제5조’의 집단 방위 조약에 준하는 집단 안보를 언급했지만 이를 어떻게 제도화할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사실상 나토 가입과 유사한 이 틀을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특히 핵심 쟁점인 우크라이나 영토 재조정 문제는 아예 논의 대상에서 빠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향후 3자 회담에서 영토 변경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가 평화를 위해 감내할 수 있는 ‘최대 양보선’이 어디까지인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서방의 우크라이나 안전보장 방안에 동의하더라도 영토 재조정 문제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시 휴전을 둘러싸고는 뚜렷한 견해차를 보이기도 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은 휴전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 단계 없는 일괄 타결 쪽으로 기운 듯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시적인 휴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휴전의 개념 자체는 좋아하지만 전투 중에도 평화 협정을 협상하는 체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임시 휴전이 러시아의 우세를 끊고 우크라이나가 재정비할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고 강하게 반대해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중재 외교의 첫발은 비교적 선방했지만 3자 회담이 진정한 외교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해당 자리에서는 전쟁의 근본 원인이 되는 가장 어려운 문제인 영토 이슈를 피할 수 없는 데다가 엄청난 이해관계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궁극의 협상가’로 주목받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손쉬운 평화 협의를 끌어낼 수 있다는 그의 믿음이 순진한 발상으로 비칠 위험도 함께 도사리고 있다고 더힐은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