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온라인여행사(OTA) 마이리얼트립이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며 기업공개(IPO)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증시에 입성할 경우 '토종 OTA 1호 상장사'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거래액 급증, 흑자 전환 등 상장 전 체력은 갖춰둔 가운데 ‘민다’와의 법적 공방 여파와 여행업 특유의 성수기 및 비수기 사이클 해결 등은 과제로 남아있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마이리얼트립은 대표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을, 공동주관사로 삼성증권을 낙점했다. 지난달 주요 증권사를 대상으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배포하고 이달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기까지 두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구체적인 상장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빠른 시일 내 주관사단이 정해진 만큼 상장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마이리얼트립이 증시에 성공적으로 입성한다면 국내 OTA 중에서는 최초다.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된 여행사는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등 오프라인 패키지 기반의 전통 여행사들이다. 업계에서는 마이리얼트립이 무난히 상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마이리얼트립의 상장 후 기업가치는 1조 원 이상이다. 마이리얼트립은 2013년 시드 라운드를 시작으로 지난해 시리즈F까지 총 10번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마지막 투자 라운드 당시 인정받은 몸값만 6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통상적으로 마지막 투자 라운드에서 책정된 기업가치는 상장 밸류 마지노선으로 여겨진다.
실적과 산업 전망 등 상장을 위한 우호적인 여건은 마련됐다는 평가다. 마이리얼트립은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지난해 매출 892억 원, 영업이익 1억3000만 원을 올렸다.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이 570억 원에 달해 실적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에는 월간 거래액(GMV)이 2171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로써 올해 1월부터 7월까지의 누적 거래액은 1조3000억 원이며, 연말에는 2조6000억 원 돌파가 유력해졌다. 여기에 최근 중국 비자 면제 정책 등으로 여행산업이 반등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긍정적 요인 중 하나다.
다만 한인 민박 전문 플랫폼 '민다'와의 법적 공방 이슈로 흔들린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다. 앞서 민다는 마이리얼트립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민다가 20년간 구축한 핵심 데이터베이스(DB)를 마이리얼트립이 무단으로 탈취했다는 것이 골자다. 재판부는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른 데이터 탈취와 도용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마이리얼트립의 불법 행위를 일부 인정해 총 1억5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데이터 탈취는 없었더라도 마이리얼트립 소속 직원의 불법행위로 민다에 손해가 발생했고 이에 따라 벌금이 선고돼 상장사로서의 신뢰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재발 방지책과 내부통제 등에 대한 보완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여행 산업 특유의 성수기와 비수기 간 실적 간극을 보완하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 다각화를 위한 노력도 동반돼야 한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