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호황과 맞물린 IPO 훈풍

기업공개(IPO) 규제가 강화된 이후에도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이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공모시장 회복 기대감이 큰 데다 증시 강세와 맞물려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IPO 시장으로 기업이 몰리는 모습이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IPO 제도 개선안이 시행된 7월 이후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한 기업(스팩 제외)은 총 19곳이다.
지난달에만 상장예심 신청 기업이 16곳을 기록해 상반기 월평균 신청 건수(6.6곳)를 웃돌았다. 월별로 보면 △1월 5곳 △2월 3곳 △3월 5곳 △4월 11곳 △5월 7곳 △6월 9곳 △7월 15곳으로 지난달이 가장 많았다.
상장예비심사는 기업이 증시에 입성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첫 관문이다. 이는 한국거래소가 해당 기업의 재무 상태, 내부통제, 기업지배구조, 사업 지속 가능성 등을 심사해 상장 요건을 충족하는지를 판단하는 과정이다. 즉, IPO 단계에서 정식 청구 전에 적격성을 검증하는 절차다. 예비심사를 통과해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IPO 규제가 강화된 지난달 이후 예비심사 신청 기업이 오히려 늘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지난달부터 시행된 IPO 개편안은 △기관투자자 의무보유 확약 물량 우선 배정 △공모주 배정 방식 개선 △수요예측 참여 자격 및 방식 강화 △주관사 책임 확대 등을 담았다. 단기 차익을 노린 '묻지마 청약'을 줄이고, 기업가치에 기반을 둔 장기 투자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업계에서는 제도가 기업과 주관사, 기관 모두에게 부담을 늘렸다고 평가했다. 예컨대 증권신고서 제출 기업의 경우 기관 배정 물량의 최소 40%를 의무보유 확약 기관에 우선 배정해야 한다. 이는 기관투자자의 매도 제한을 강화하는 만큼 수요예측에서 투자 유인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꼽혔다.
심사 신청 증가 배경에는 증시 강세가 자리한다. 하반기 들어 뉴엔AI, 싸이닉솔루션, 아우토크립트, 도우인시스, 뉴로핏, 엔알비, 프로티나, 대한조선 등 여덟 종목이 상장했는데, 이 가운데 여섯 종목이 공모가를 웃돌았다. 상장 첫날 평균 주가 상승률은 62.85%로, 최소 20.67%에서 최대 156%까지 치솟았다. 이달 초 코스피에 입성한 대한조선은 상장 첫날 84.8% 급등했다. 연초(2399.49) 대비 33% 오른 코스피지수 흐름도 공모주 시장 훈풍을 거들었다. 기업들이 상장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바로 이러한 증시 활황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예심 신청이 증가한 것은 규제 자체가 시장의 신뢰를 높이는 효과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빅데이터 분석 AI 기업 에스투더블유(S2W)가 12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강화된 제도의 첫 적용 사례도 등장했다. 윤철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IPO 규제 개편안으로 단기적으로 수요예측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증시 유동성과 호황 기조가 IPO 시장으로 이어지는 낙수효과가 불확실성을 상쇄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