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법인 상반기 적자만 1200억
"매각가치 산정에 변수로 작용할 듯"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SK(주)가 SK실트론(옛 LG실트론) 지분 인수와 관련한 사익편취 의혹에서 완전히 벗어나면서 SK실트론 매각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SK실트론의 매각가 협상에 해외 자회사인 SK실트론USA의 손실 확대가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는 현재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 곳과 SK실트론 경영권 지분 매각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SK는 올해 6월 말 기준 SK실트론 지분 51%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SK실트론은 2017년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알짜' 회사로 평가됐다. 2020년부터 매년 2000억~3000억 원 수준이 영업이익을 시현했다. 2022년에는 5650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기도 했다. 잇따른 호실적에 SK가 리밸런싱을 추진할 때부터 SK실트론을 사려는 전략적투자자(SI)들이 줄줄이 등장하면서 인수합병(M&A) 시장 최대 인기 매물로 부상했다.
하지만 최근 매도자인 SK 측과 예비 원매자 간 기업가치에 대한 시각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SK는 SK실트론의 기업가치를 5조 원 이상으로 평가하는데 원매자는 이보다 낮은 가격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PEF의 주요 투자자는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 등으로 구성됐다.
매각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SK실트론의 올해 상반기 실적이 전년 대비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SK실트론은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액 9802억 원, 영업이익 916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0.1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7.82% 줄었다. 하지만 별도로는 호실적을 이어갔다. SK실트론의 올 상반기 별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7.99% 늘어난 2127억 원을 기록했다.
종속 기업의 손실이 SK실트론의 전체 실적을 까먹었다. 특히 SK실트론CSS 지분 100%를 보유한 미국법인 SK실트론USA의 실적이 크게 나빠졌다. SK실트론USA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 119억 원, 영업손실 1208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76.25% 급감했고, 영업손실은 두 배 넘게 늘었다. SK실트론CSS는 SiC 웨이퍼 사업을 하고 있다. SiC 웨이퍼는 전기차, 재생에너지 발전용 전력 반도체 핵심 소재다. SK실트론은 2019년 이 회사를 약 4억5000만 달러에 듀퐁으로부터 인수했다.
SK실트론의 실적 악화는 매도자인 SK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SK 측은 SK실트론CSS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지만, 전기차 시장 전망이 엇갈리는 만큼 가격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PEF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적자 자회사가 SK실트론 본업에 더한 옵션이 될 수는 있지만, 전체 회사 가격을 높이는 핵심 셀링포인트(매각 매력)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