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20% 상실하지만 서방 안전보장
“푸틴 받아들일 가능성 작아”
영토·주권 모두 잃고 러 편입 최악 시나리오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회담 다음 날인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앞에는 두 갈래 길이 놓여있으며 그중 하나는 한국전쟁 종전과 유사한 방식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이 요구한 ‘현재 전선 동결 후 휴전’ 제안을 거부했다. 그는 “위기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고 러시아의 정당한 우려가 반영돼야 한다”며 전쟁을 지속할 뜻을 분명히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근본 원인은 우크라이나의 서방 지향 정치 노선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진을 의미한다고 WSJ는 짚었다. 푸틴은 여전히 러시아의 영향권 회복과 강대국 지위 재건을 전쟁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수도 키이우를 지켜내며 러시아의 전면적 정복 시도를 저지했지만, 전군을 몰아내는 데에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가능한 결말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고 WSJ는 강조했다. 첫째는 영토 일부를 상실하더라도 주권국가로 생존하는 길이다. 둘째는 영토와 주권 모두를 잃고 러시아의 영향권에 편입되는 길이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한국전쟁 종전과 유사하다. 우크라이나가 국토의 20%를 상실한 채 서방의 안보 보장을 등에 업고 나머지 80%를 지켜내는 방식이다. 실제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 유럽 정상들과의 통화에서 “현 전선 동결 이후 영토 협상을 논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일부 병력을 우크라이나에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미국의 역할도 거론된다. 이는 우크라이나를 사실상 서방의 보호 아래 두는 구상이다.
푸틴 대통령도 전날 회담에서 돈바스 지역을 받는 대신 현 전선을 동결하겠다는 의사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푸틴에게 이런 결과는 ‘역사적 실패’로 남을 수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러시아가 확보하는 영토는 폐허에 가까운 20%에 불과하고 나머지 우크라이나는 서방 군대가 지키는 요새로 남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경제 제재와 정치 불안으로 흔들리지 않는 한 푸틴이 이런 ‘한국식 종전’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러시아군은 큰 영토를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소모전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을 지치게 하고 있다. 전쟁이 3년 반 넘게 지속되면서 우크라이나군은 피로와 인력 부족, 지휘부에 대한 불만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드론을 활용한 방어전으로 버티며 즉각적인 붕괴를 막고 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마이클 코프먼 군사전문가는 “우크라이나군이 단기간에 무너질 가능성은 작지만, 장기적으로 병력 충원과 지휘 구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피로 누적이 치명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 다수는 러시아가 인구와 자원에서 우위를 점한 만큼 전쟁 지속력은 더 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전쟁 내내 우크라이나가 보여준 적응력과 저항 의지도 과소평가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독일 베를린 소재 국제안보연구소의 야니스 클루게 연구원은 “러시아는 전쟁이 지속 불가능하다고 보면서도 우크라이나가 더 빨리 지칠 것이라 믿는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산 석유 수출에 고율 관세와 금융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제재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푸틴이 체제 안정을 위협받지 않는 한, 경제적 압박이 그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결국 전쟁의 향방은 전장과 정치적 계산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서방의 안보 보장 속에 우크라이나가 축소된 주권국가로 남을지, 아니면 러시아의 보호국으로 전락할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알래스카 정상회담이 전쟁의 조기 종전 기대를 무너뜨렸다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WSJ는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