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예수금 규모도 99.6조…100조 원대 깨져

기업이 저축은행에 예치한 예금 규모가 1년 반 만에 절반으로 줄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태로 저축은행권 전반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고, 대출 축소에 따른 보수적인 예금 유치 기조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79개 저축은행의 기업 예수금은 8조7761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3분기 15조9913억 원에서 약 45%(7조2152억 원) 줄어 1년 반 만에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기업 예수금은 2022년 9월 말 24조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찍은 뒤 레고랜드 사태 직후부터 급격하게 줄기 시작했다. PF 부실 우려에 기업들이 저축은행 예수금을 회수하면서 전체 예수금(개인·기업·기타)에서 기업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레고랜드 사태 직전 20.2%에서 올해 1분기 8.8%까지 하락했다.
기업 예수금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전체 예수금 규모도 100조 원 선이 붕괴됐다. 2021년 4분기 102조4435억 원으로 처음 100조 원을 돌파한 뒤 줄곧 세 자릿수를 유지했으나, 올 1분기 99조5873억 원으로 떨어지며 처음으로 무너졌다.
저축은행은 예금 등 수신을 기반으로 대출을 운용하는 만큼 예금 이탈로 조달 기반이 약화되면 신규 대출 여력이 떨어져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기업 예수금은 대규모 단기 자금인 경우가 많아 유동성 관리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2022년 말 레고랜드 사태 이후 경기 불황과 금리 상승으로 기업들의 경영 여건이 크게 악화됐다"며 "이로 인해 기존 대출 이자 부담이 늘고, 저축은행에 맡겨둘 여유 자금이 줄어든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레고랜드 사태가 금융시장 불안을 증폭시켰고, 예금이 계속 빠져나갈 조짐이 보이자 당시 업계에서는 예금 금리를 6%대까지 올려 방어에 나서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출 수요가 활발할 때는 금리를 올려서라도 예금을 받지만, 경기 둔화로 투자처가 줄면서 수신 자체를 줄인 영향이 있다"며 "PF 부실로 인한 불안 심리도 한 몫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