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까지 글로벌 반도체 투자 5426억달러 전망
美·대만·韓, 첨단 공정·메모리 캐파 대폭 확대

인공지능(AI)과 고성능컴퓨팅(HPC)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전 세계 반도체 업계가 앞다퉈 제조공정 신·증설에 나서고 있다. 데이터센터 시장 확대와 맞물려 파운드리부터 메모리까지 전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 계획이 속속 발표되고 있는 것이다. 주요 기업들은 향후 생산 능력을 대폭 끌어올려 사상 최대 수준의 웨이퍼 공급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20일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2028년까지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신규 투자 규모는 5426억 달러(약 750조7956억 원)로 전망된다. 반도체 첨단공정은 2024년 대비 29.3%, 성숙공정은 22.5% 증가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는 AI와 HPC, 데이터센터 수요가 전례 없이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생성형 AI와 고성능 연산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 등 전방 산업의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전 세계 주요 IT·제조업 전반에서 생산 능력 확충이 필수 과제로 부상했고 이에 발맞춰 글로벌 기업들의 신규 투자가 과거 어느 때보다 공격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반도체 등 첨단기술 기업에 대해 미국 내 생산을 압박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TSMC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이 잇달아 미국 내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반도체에 100%의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에 공장을 짓기로 약속하거나 지금 짓고 있다면 관세는 없다”고 덧붙였다. 관세 부담을 최소화하고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내 팹 투자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국가별 파운드리 첨단 공정의 생산능력(캐파)은 대만이 5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파운드리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TSMC의 영향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년 내 미국의 첨단공정 캐파가 2028년까지 115%의 증가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가운데 삼성전자는 웨이퍼 생산량을 2027년까지 국내에서 25.2%, 미국에서 53.3%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평택과 용인에 공장(팹) 구축을 준비 중이며,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의 3나노 공정 팹에서도 AI 반도체 등을 생산할 방침이다.
TSMC는 대만과 미국, 일본, 독일 등 전역에서 팹을 확충한다. 2028년까지 총 1079억 달러(149조3012억)를 투자해 팹을 신·증설하고 매달 39만 장의 웨이퍼를 양산할 계획이다. 2024년 대비 2028년 웨이퍼 캐파 증가율은 24.5%에 이를 전망이다. 인텔과 UMC, 글로벌파운드리, SMIC 등 글로벌 파운드리 기업 모두 2028년까지 두 자릿 수 이상의 증가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 시장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중국의 YMTC 등 기업의 2024년 대비 2028년 D램과 낸드 캐파 증가율은 적게는 11%, 많게는 50%까지 확대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공격적 투자 기조는 AI·HPC 반도체 수요가 당분간 가파르게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생성형 AI 모델 고도화, 데이터센터 신규 구축, 전기차·자율주행 등 고성능 반도체 수요처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생산 능력을 확보해야 시장 지위를 지킬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대규모 투자가 실제 수익성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경기 변동, 가격 경쟁 심화, 공급 과잉 우려 등 변수가 여전하고 캐파 확대가 곧바로 시장 점유율 확대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