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입매수·자산매각 반복…기업 경쟁력 훼손
국민연금 등 LP 주도 규율체계 정비 필요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기업회생 신청 사태와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를 계기로 사모펀드(PEF)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차입매수(LBO), 피인수 기업 자산 매각 등 사모펀드의 ‘약탈적 경영’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과 상법 개정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형준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시장 및 규제 환경을 감안한 PEF 규제 접근 방식’ 보고서를 통해 “작년 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과 올해 초 홈플러스 회생신청을 기점으로 PEF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PEF 규율체계 보완은 시장 평판과 신뢰를 높이고 시장규율을 강화해 PE와 PEF의 한 단계 도약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보고서에는 MBK의 홈플러스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과도한 차입 구조를 문제로 지목했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총 7조2000억 원 중 2조2000억 원은 블라인드 펀드에서 조달하고, 나머지 5조 원은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아 인수대금을 충당했다.
이후 MBK는 홈플러스의 부동산 자산을 매각하고, 상환전환우선주(RCPS) 이자 및 원금 회수를 우선시하면서 기업의 경쟁력이 저하됐고 이는 결국 기업회생 신청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MBK는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 시도 과정에서도 차입매수를 반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 9월부터 올 3월까지 7개월간 MBK가 고려아연 지분 취득에 투입한 자금 1조5657억 원 중 75%인 1조1775억 원을 NH투자증권에서 담보대출을 실행해 조달했다. 업계에서는 거액의 상환 부담이 고려아연에 전가되면 재무건전성이 훼손될 뿐만 아니라 전략광물 공급망 약화, 주요사업 분리매각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임 위원은 “외국계 PE는 펀드 투자자(LP)에서 한국 투자자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쉽게 자본시장법 적용 범위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며 “규율체계 정비 시 국민연금, 사학연금, 보험사, 공제회, 산업은행, 캐피탈사 등 PE 시장의 주요 LP들이 효율적·효과적으로 운용사(GP)를 규율할 수 있는 기반 형성을 유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지난달 사모투자 위탁운용사 선정 기준을 개편하고, ‘운용수익의 질’ 평가항목을 신설했다. 또한, MBK의 블라인드 펀드 출자 시 ‘적대적 M&A 불참’ 조항을 계약서에 삽입하는 등 투자 원칙을 강화하고 있다.
임 위원 “PE는 궁극적으로 펀드운용주체인 GP와 LP 간의 사적 계약에 기반을 둬 움직이는 존재”라며 “펀드 성과와 비용에 관한 투명성을 강화하고 국민연금, 사학연금, 보험사 등 주요 LP들이 효과적으로 GP를 규율하는 시장 중심의 체제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PE 규제를 위해 개별 산업에 관련한 법들도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PE가 대중교통이나 요양시설 등 민생 밀착 산업에 진출해 서비스 품질을 떨어뜨리고 가격을 무리하게 올려 사회적 물의를 빚는 경우를 근거로 들었다.
임 위원은 각 산업에 적용되는 관련 법령을 통해 PE의 일탈 행위를 방지할 수 있으며, 사회적 필수 서비스에 해당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M&A 과정에서 대주주의 적격성을 심사하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과 산업계 일각에서는 국가 핵심기술이나 국가기간산업과 같은 경제안보 및 국익 차원의 중요 사안에 대해서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 제도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