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설비 78GW(’30)·121.9GW(’38) 목표…주민참여 수익모델 확대

이재명 정부가 2030년대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를 완성하고, 2040년대에는 전국을 잇는 U자형 ‘한반도 에너지 고속도로’를 구축하는 대규모 전력 인프라 계획을 공식화했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전력을 대규모 수요지에 직접 공급하는 고압직류송전(HVDC)망을 구축해 산업 전반의 에너지 전환 속도를 높이고, 지역 간 전력 불균형 해소와 전력계통 안정성을 동시에 달성한다는 전략이다.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가 13일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대 서해안 축의 HVDC망을 먼저 건설하고, 이후 남해안과 동해안으로 확장해 2040년대에는 전국을 잇는 U자형 전력망을 완성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전국 송전선로 총 연장을 현재 3만7169서킷킬로미터(c-km)에서 2030년까지 4만8592c-km로 30%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구상의 핵심은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이 집중된 호남권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 등 핵심 수요지로 직접 공급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 전력계통은 송전망 부족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온전히 흡수하지 못하는 ‘계통 병목’ 현상이 심각하다. 특히 호남과 같은 발전 원거리 지역은 전력 잉여가 발생하는 반면, 수도권과 대도시권은 안정적 전력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HVDC망으로 이 불균형을 해소해 전국 전력망 효율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 목표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2023년 30GW 수준인 재생에너지 설비를 2030년까지 78GW 이상, 2038년에는 121.9GW까지 확대한다. 이는 올해 확정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목표와 동일하며, 이를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매년 7GW 안팎의 신규 설비 보급이 필요하다. 최근 보급 속도가 정체된 만큼 송전망 확충이 필수라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정부는 글로벌 기업들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요구에 대응해 주요 산업 거점에 RE100 산업단지를 조성한다. 경기 남동부에는 RE100 반도체 클러스터를, 전남에는 RE100 기반 산업단지를 조기에 구축해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제품을 생산·수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한국 기업의 입지를 선점한다는 구상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입지 다변화 전략도 병행된다. 해상풍력 단지와 전용 항만 인프라 구축, 농지와 태양광을 결합한 영농형 태양광, 수상태양광, 산업단지 내 태양광 설치 등 다양한 형태의 발전원 확보가 추진된다.
지역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햇빛·바람연금’ 등 주민참여형 수익모델도 확대한다. 재생에너지 발전소 운영 수익을 지역 주민과 공유해 사업 거부감을 줄이고, 지역경제에 직접 혜택을 제공한다. 아울러 ‘에너지 자립마을’을 조성해 지방 소도시와 농어촌이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소비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국정위는 이번 에너지 인프라 확충이 단순한 송전망 확장을 넘어 국가 산업 지도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앞서 국정위는 “1970년 경부고속도로 개통이 사람과 물류, 경제의 흐름을 바꿨듯이, 에너지 고속도로는 대한민국의 산업·에너지 흐름과 지방경제의 운명을 바꿀 중요한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계획에는 원전 신규 건설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11차 전기본에 명시된 신규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 도입 계획은 별도로 다뤄졌다. HVDC망과 대규모 재생에너지 단지 조성은 대규모 투자와 장기간의 환경·입지 협의가 필수적인 만큼 재원 마련과 지역 갈등 관리가 향후 추진 과정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정부는 송전망 확충과 RE100 산단 조성을 5년간 중점 추진과제로 삼고, 민관 협력과 지방정부 참여를 통해 사업 속도를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