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시각차·입법 장벽에 현장 반발
불확실성 장기화⋯금융권 “정책 공백 우려”

국정기획위원회의 대국민보고대회에서 정부 조직개편안이 빠졌다. 금융위원회 해체와 기능 이관을 골자로 한 금융당국 개편안이 대통령실 논의 단계에서 속도를 내지 못한 데다 실효성·위헌 논란, 정치권 내부 이견이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정기획위는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재명 정부의 국정 청사진인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을 발표했다. 국가비전과 함께 5대 국정 목표, 23대 추진전략, 123대 국정과제를 제시하며 향후 5년간의 정책 방향을 밝혔다. 금융권 초미의 관심사인 금융당국 조직개편안은 발표에서 제외됐다.
정치권에 따르면 국정기획위는 최근 대통령실에 최종안을 보고했다. 핵심은 △금융위 해체 △국내 금융정책 기능의 기획재정부 이관 △금융감독원과 통합한 금융감독위원회 부활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 분리·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 등이다. 2008년 폐지된 금융감독위를 17년 만에 부활시키고 금감위원장이 금감원장을 겸임하는 체제로 운영하는 방안을 담았다.
그러나 개편안은 여권 내부와 대통령실에서 제동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책·감독 기능 분리로 인한 컨트롤타워 약화, 금소원 신설 시 감독기관 난립과 시장 혼란 가능성, 감독 권한의 민간 이관 논란이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
국정기획위 내부에서도 시각차가 뚜렷하다. 금감원 금소처장을 지낸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은 정책·감독 기능 분리를 통한 이해 상충 방지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주장하지만 일부 위원은 감독·정책의 이원화가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금융감독 권한의 민간 이관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개편안을 실제로 이행하려면 국회 입법 절차라는 허들도 넘어야한다. 금융위 설치법뿐 아니라 정부조직법, 은행법 등 다수 법률을 일괄 개정해야 한다.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 위원장은 야당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맡고 있어 상임위 단계부터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제도적 난관에 더해 현장 반발도 만만치 않다. 금소원 신설을 두고 금감원 내부에서는 감독 권한 없이 민원 처리만 맡게 되면 소비자보호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약 1500명의 금감원 직원들이 금소처 분리에 반대하는 호소문을 제출했지만 이러한 실무적 우려가 개편안에 반영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부 조직 개편 결정이 지연되고 논란이 계속되면서 금융당국 내부 동력도 떨어지고 있다. 현재 금융위는 윤석열 정부 시절 임명된 김병환 위원장이 이끌고 있으나 조직개편 방향이 확정되지 않아 신임 위원장 임명이 지연되는 상황이다. 지난 6월 이복현 전 금감원장이 퇴임한 이후 두 달 넘게 금감원장 자리는 비어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개편 방향이 확정되지 않으면 후속 인선과 조직 안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요 규제 완화·금융소비자 보호 정책 등 시급한 현안이 손을 놓은 채 표류하는 상황이 이어지면 시장 불확실성만 키울 것이라는 우려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직개편 방향이 장기간 불투명하면 정책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시장 혼선이 생긴다”며 “해야 할 일은 쌓여 있지만 눈치만 보게 되고, 그 사이 정책 추진 동력과 시장 대응 속도 모두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