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편 직격탄에 투자심리 급랭
정책 불확실성·거래 위축, 반등 발목

올해 상반기 증시 랠리의 ‘최대 수혜주’였던 증권주가 불과 한 달 만에 급락세로 돌아섰다.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다. 상반기 100% 넘게 치솟으며 시장 주도주로 자리 잡았던 코스피 증권지수는 최근 한 달 사이 13% 하락하며 급격한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증권지수는 기준 전날 대비 2.13% 오른 3624.49포인트(p)를 기록했다. 2영업일 연속 하락한 뒤(-0.17%, -2.08%) 상승전환했지만 최근 흐름은 하락세다. 한달 전인 지난달 11일(4238.00)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13% 떨어졌다. 시가총액도 같은 기간 46조9442억 원에서 40조2909억 원으로 6조6000억 원 넘게 증발했다. 지난달 14일 연고점(4315.92)을 기록한 뒤 지수가 지속해서 빠지고 있다. 지수가 3500선으로 내려앉은 건 지난 6월 11일(3503.05) 이후 두 달 만이다.
코스피 증권지수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주요 증권사들의 주가를 종합해 산출하는 업종 지수로 증권주 전반의 흐름을 가늠하는 지표다.
올해 초 2089포인트에서 출발한 코스피 증권지수는 상반기 내내 상승 가도를 달리며 지난달 14일 최고점인 4315포인트를 찍었다. 불과 6개월 반 만에 107% 급등한 것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자본시장 개혁과 증권거래 활성화 정책 기대가 투자심리를 끌어올렸고 거래대금 회복과 공모주·채권 위탁매매 확대 등이 업종 전반에 호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7월 말부터 급변했다. 특히 지난달 31일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이 결정적이었다. 개편안에는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 50억 원→10억 원 하향 △법인세 최고세율 24%→25% 인상 △증권거래세율 0.15%→0.20% 인상 등이 포함됐다. 세 부담 확대와 거래 위축 우려가 겹치며 발표 다음날인 8월 1일 증권지수는 하루 만에 6.48% 급락해 사실상 ‘정책 쇼크’를 맞았다.
이후 증권주는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한 채 조정 흐름이 이어졌다. 지난 8일과 9일 각각 0.75%, 2.08% 하락하며 이틀 연속 약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거래대금 위축과 기관·외국인 매도세가 지속되는 한 단기 반등은 쉽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실적만 놓고 보면 분위기는 달랐다. 대형 증권사들이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잇달아 발표하며 호실적 행진을 이어갔다. 미래에셋증권은 영업이익 5004억 원(전년 대비 +83.1%), 지배주주 순이익 4033억 원(+102.9%)으로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돌았다. 한국금융지주는 영업이익 5856억 원(+95.5%), 순이익 5390억 원(+92.5%)을 기록하며 업종 최선호주 지위를 공고히 했다. NH투자증권은 순이익이 30.2% 늘었고, 키움증권도 33.9% 증가하며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였다.
그러나 이 같은 ‘어닝 서프라이즈’는 투자심리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정책 불확실성과 증시 변동성이 동시에 확대되면서 호실적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된 것이다. 시장에서는 증권주 향방이 결국 정책 리스크 완화와 거래대금 회복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상반기 랠리를 주도했던 업종인 만큼 대내외 불확실성이 해소될 경우 반등 폭도 클 수 있다는 전망이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변동성 확대로 단기 모멘텀이 소멸해 당분간 시장 주도주 지위 상실은 불가피하다”면서도 “다만 코스피가 우상향 흐름을 지속하면 영업환경 개선에 따라 자기자본이익률(ROE) 상승과 업종 평균 PBR 1배 돌파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