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수출이 실적 견인…국가별 편중 뚜렷
‘역내 생산’ 강화 움직임은 우려 요인

K방산이 해외 수출 확대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과 수주잔고를 기록했다. 세계 각국의 방위비 증액이 본격화하고 있지만, 동시에 역내 구매를 강조하는 등 ‘방산 장벽’을 높이면서 우리 기업들의 수출 주도 성장 전략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LIG넥스원·한국항공우주(KAI) 등 방산 4사의 올해 2분기 합산 매출은 9조4648억 원, 영업이익은 1조2848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일감도 풍부하다. 2분기 말 기준 4사의 수주잔고 합계는 103조4766억 원으로 처음 100조 원을 돌파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31조7000억 원, KAI 26조6733억 원, LIG넥스원 23조4665억 원, 현대로템 21조6368억 원을 각각 확보했다.
최근 몇 년간 국내 방산업계는 해외 수주 확대에 힘입어 내수보다 수출 비중이 커졌다. 현대로템은 폴란드로 향하는 K2 전차 물량이 반영되며 해외 매출 비중이 70%를 넘어섰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AI도 해외 비중이 내수를 앞질렀다. LIG넥스원은 해외 비중이 17% 수준이지만, 수주잔고에서 수출 물량이 절반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해외 비중이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국가별 편중은 뚜렷하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0~2024년 한국 방산 수출에서 폴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46%로, 2위 필리핀(14%)과 3위 인도(7%)를 크게 앞선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폴란드와 체결한 약 20조 원 규모의 초대형 무기 수출 계약이 결정적이었다.
이 같은 수출 구조는 유럽연합(EU)의 ‘바이 유러피언(Buy European)’ 정책에 따른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EU는 3월 8000억 유로(약 1300조 원) 규모의 재무장 계획을 발표하면서 ‘유럽산’ 무기를 우선 구매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에 따라 단순 수출만으로는 유럽 시장에서 물량을 늘리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방산업계는 현지 생산이나 기술 협력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최근 현대로템이 폴란드와 체결한 K2 전차 2차 이행계약에 일부 물량을 폴란드 현지에서 생산하는 조건이 포함된 것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현지 생산을 위한 공장 건설과 기술·인력 양성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방산 장벽은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동, 동남아 등과의 수출 협상 과정에서도 현지 생산이나 기술 이전 등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역내 생산 기조가 강화될수록 완제품을 단순 공급하는 것만으로는 지속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역내 공급망을 구축하고, 공급자에서 협력 파트너로 전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