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외국인 유학생 절반 이상은 한국에서의 취업과 정주(定住)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지역사회 연계 취업·정착 프로그램 개발 및 지원’을 꼽았다. 기업 정보와 취업비자 관련 정보 부족을 호소하는 가운데 이들은 “산업계 진출을 위한 실질적이고 다각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17일 본지가 조사한 ‘이공계 유학생 국내 취업 및 정주 수요’ 설문 결과에 따르면 정부가 우선 지원해야 할 과제로 ‘지역사회 취업 및 정착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지원’을 택한 비율이 57.0%(61명)로 가장 높았다. 이어 △취업 및 비자 관련 정보 제공 17.8%(19명) △차별 개선 14.0%(15명) △언어 및 학업 적응 지원 10.3%(11명) 순이었다.
‘한국 정착 시 가장 중요한 요소’를 묻는 항목에서는 ‘전공 분야 취업 기회’가 78.5%(84명)로 1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급여 수준 및 복지 혜택(67.3%) △안전·의료·환경 등 삶의 질(57.0%) 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취업비자 및 이민정책(40.2%)과 노동조건 및 워라밸(39.3%) 등도 주요 결정 요인으로 인식됐다.
‘취업 역량’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한국어 능력이었다. 응답자의 87.9%(94명)가 매우 높거나 높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본인의 언어 능력 수준은 ‘중간’(31.8%)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아 실제 역량과 요구 수준 간 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영어 구사 능력의 경우 ‘매우 높음’(40.2%) 또는 ‘높음’(34.6%)이라는 응답이 많아 전반적으로 자신감을 보였다.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대체로 높아졌다. 이들의 41.1%(44명)가 ‘긍정적 변화’를, 51.4%(55명)는 ‘일부 분야 제외 긍정적 변화’를 꼽았다. ‘부정적 변화’는 7.5%(8명)에 그쳤다.
한국생활에서의 불편함도 존재했다. 전체의 45.2%(33명)가 ‘서열 중심·경쟁적인 문화’를 가장 부정적인 요소로 지목했다. 또 △언어 장벽에 따른 소통 어려움(19.2%) △다문화 수용 부족(19.2%) △문화적 차이(9.6%)가 뒤를 이었다. 기타 의견으로는 △연구 문화의 과도한 압박 △회사 내 인종차별 △불친절한 행정 △영문 정보 부족 △프라이버시 존중 부족 등이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유학생을 산업 인재로 유입하기 위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인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위원은 “정보 부족, 문화 장벽, 제도적 허들 등 다양한 요인이 겹치는 상황에 유학생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존재한다”면서 “특히 지역사회와 연계된 ‘정착 프로그램’ 개발, 취업 및 비자 정보 제공의 체계화는 정책적으로 우선순위를 두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정부와 산업계가 유학생들을 단순한 교육 대상이 아닌 ‘산업 인재로의 전환’ 관점에서 접근해야 이들이 한국 사회에 정착하고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더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