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인플루언서 주도로 수요 크게 늘어
전쟁·코로나19·홀로코스트 등 관광 주제 다양
현지 구금 등 위험 요소도

전쟁이나 자연재해 등 비극적 역사를 가진 전 세계 명소들을 방문하는 이른바 ‘다크 투어리즘’이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과거에도 다크 투어리즘을 선호하는 관광객들은 있었지만, 소셜미디어 범람과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전쟁 등으로 늘어난 위험 선호 심리가 맞물리면서 관련 시장이 더 활성화하는 분위기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마켓닷US에 따르면 전 세계 다크 투어리즘 시장은 2023년부터 2033년까지 11년간 연평균 3.1%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 기간 시장 규모는 296억 달러(약 41조 원)에서 402억 달러(약 56조 원)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됐다. 성장 분야로는 전쟁터를 방문하는 관광부터 홀로코스트 관광, 자연재해 관광 등 다양하게 분포됐다.
마켓닷US는 보고서에서 “다크 투어리즘은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계속 커지고 있다”며 “더 많은 여행객이 진정성 있고 독특한 여행 경험을 추구함에 따라 시장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소셜미디어 플랫폼과 온라인 여행 포럼을 통해 사람들은 다크 투어리즘 관광지를 더 쉽게 발견할 수 있게 됐다”며 “인플루언서 파트너십과 타깃형 광고 캠페인으로 인해 관심은 더 커졌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들어 분쟁 지역을 탐험하고 소셜미디어에 소개하는 인플루언서들이 부쩍 늘었다. 일례로 20만 명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틱톡 인플루언서 엘리 스나이더는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과 내전으로 독재정권이 무너진 시리아, 이라크, 아프리카 국가들을 다룬 여행기를 통해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여행하기 위험하다는 인식이 팽배한 국가들을 골라 방문한 뒤 그곳에서의 일상을 보여주는 콘텐츠를 공개하는 식이다.
최근 AP통신은 아프가니스탄 방문객 수가 2021년 691명에서 지난해 7000명 이상으로 급증하는 데 스나이더의 기여가 있었다고 조명하기도 했다.
전쟁과 질병 등으로 불안이 심해진 젊은 층이 다크 투어리즘을 단순한 재미가 아닌 심리적 치유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필립 스톤 랭커셔대 다크투어리즘연구소 이사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의 움직임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그는 더컨버세이션에 기고한 칼럼에서 “과거에 비하면 우린 죽어가는 사람을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많은 사람을 변화시켰다”며 “다크 투어리즘을 기념하는 장소들은 코로나19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죽음이 광경이 되고 고인을 상품화한다는 윤리적 모호함에도 불구하고 다크 투어리즘은 비극적 기억을 보여주고 아픈 유산을 기념할 공간도 제공한다”며 “코로나19와 희생자들은 결국 추모 없인 잊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념관이나 박물관처럼 다크 투어리즘을 위해 별도로 마련된 장소를 방문하는 것과 달리 관광객이 잘 찾지 않는 국가를 광범위하게 방문하는 것은 위험을 동반한다. 뉴욕포스트는 “지난해 5월 한 영국 관광객은 리비아의 군 검문소에서 총구를 마주한 채 7시간 동안 구금됐다”며 “여행 유튜버 마일스 라우틀리지는 2023년 탈레반에 붙잡힌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