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프 물어뜯고, 분위기 초상집"…야구장은 왜 난장판이 됐나 [엔터로그]

입력 2025-08-0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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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하는 스타와 인기 콘텐츠, 그 이면의 맥락을 들여다봅니다. 화려한 조명 뒤 자리 잡은 조용한 이야기들. '엔터로그'에서 만나보세요.

▲6일 Mnet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즈 2 플래닛' 참가자들의 퍼포먼스가 끝난 직후 잠실야구장 관람석이 일부 비어 있다. (출처=독자 제공)
▲6일 Mnet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즈 2 플래닛' 참가자들의 퍼포먼스가 끝난 직후 잠실야구장 관람석이 일부 비어 있다. (출처=독자 제공)

스태프 팔을 물었다고요?

믿기 힘든 이 주장, 증거(?)도 있습니다.

7일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 시민이 스태프의 팔을 물어뜯는 모습이 담긴 사진 한 장이 퍼졌는데요. 이 사진이 찍힌 장소는 다름 아닌 '야구장'이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스태프가 뒤로 밀려날 정도로 과격하게 밀치거나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버려둔 채 자리를 뜬 모습이 사진과 영상에 담겨 확산했습니다. 야구 팬들은 이를 갈고 있는데요. 전날(6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클리닝 타임에 펼쳐진 K팝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퍼포먼스를 계기로 야구장 질서 논란이 불거진 겁니다.

▲하츠투하츠 멤버 지우·이안(위), 아이브 멤버 가을. (출처=SM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시스)
▲하츠투하츠 멤버 지우·이안(위), 아이브 멤버 가을. (출처=SM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시스)

마운드 오르는 유명인, 목적은?

프로야구에서 유명인의 시구나 공연은 낯설지 않은 풍경입니다.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팬 서비스와 경기 분위기 고조, 미디어 노출 효과까지 다양한 목적을 품고 있는 전략적 행보로 자리 잡았는데요.

특히 연예인 시구는 경기 시작 전 관중의 시선을 끌며 현장의 열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합니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특별한 볼거리와 추억을 제공하고 경기 자체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레 상승하죠. 아이돌이나 배우 등 인지도 높은 연예인이 마운드에 오르면 그 자체만으로도 온라인을 달굴 만큼의 파급력을 지닙니다.

구단 입장에서도 이점은 큽니다. 신곡 발표, 드라마·영화 개봉 등 주요 일정을 앞둔 연예인과 협업하면 구단은 언론 노출과 젊은 관객 유입이라는 효과를, 연예인은 홍보 기회를 얻는 일종의 '윈윈(win win)' 효과를 보는데요. 실제로 많은 연예인이 시구나 공연을 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NCT 위시 멤버 시온은 5월 4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 경기에서 진행된 승리 기원 시구 이벤트에 시구자로 참석했는데요. 그는 팬들 사이 KIA 팬으로 잘 알려져 있었습니다. 힘차게 공을 던진 후에는 "어렸을 때부터 응원해 온 KIA 경기에서 시구를 하게 돼 무척 떨리면서도 설렜다. 저와 같은 갸린이(기아 어린이 팬) 분들을 비롯해 많은 관중과 한마음으로 응원할 수 있어 즐거웠고, 지난 시즌 두 차례나 시구가 취소돼 아쉬웠던 만큼 오늘을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죠.

시온은 5회 초와 말 이벤트 타임에 NCT 위시의 '팝팝(poppop)'에 맞춰 음악 단상에서 안무를 선보이며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는데요. 관람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야구 팬'으로서의 모습도 포착돼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같은 달 27일에는 아이브 멤버 가을이 잠실구장에서 진행된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 시구자로 나섰습니다. 시구에 앞서 가을은 "데뷔 후 꼭 해보고 싶었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시구였는데, 이렇게 이룰 수 있게 돼 너무 기쁘고 영광이다. 좋은 기회 준 LG 트윈스에 감사드린다. 긴장도 되지만 그만큼 설렘도 크다"고 소감을 전했는데요. 이날 가을은 LG 선수단에게 피자 70판도 선물했고 '승리 요정'까지 꿰차며 훈훈함을 자아냈습니다. 온라인 상에서는 가을이 아이브의 '레블 하트(REBEL HEART)'에 맞춰 춤추는 모습을 본 한 야구 팬이 친구 딸을 만난 것처럼 얼큰하게(?) 응원하는 모습도 확산, 웃음을 안겼죠.

6월에는 하츠투하츠 멤버 지우와 이안이 새 싱글 '스타일(STYLE)' 발매를 앞두고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SSG 랜더스 경기 시구 및 시타자로 참석했는데요. 두 사람은 LG 유니폼을 캐주얼하고 스포티한 분위기로 스타일링해 발랄하고 싱그러은 매력을 선보였죠. 경기를 직접 관람하며 열띤 응원을 보낸 건 물론, LG가 역전하는 짜릿한 순간까지 함께하며 '승리 요정'에 등극했습니다. 두 멤버가 경기를 관람하며 팬 서비스하는 장면은 수천~수백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6일 Mnet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즈 2 플래닛' 참가자들의 퍼포먼스가 끝난 직후 잠실야구장 관람석이 일부 비어 있다. (출처=독자 제공)
▲6일 Mnet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즈 2 플래닛' 참가자들의 퍼포먼스가 끝난 직후 잠실야구장 관람석이 일부 비어 있다. (출처=독자 제공)

스태프 밀치고 물어뜯고…난장판 된 야구장

그러나 문제도 있습니다. 화제성을 좇은 연예인 시구와 공연이 활발해지면서 현장의 혼란도 커지고 있는데요. 특히 인기 아이돌이 등장하는 경기에서는 팬은 물론 '댈찍(대리 찍사)', 사진을 찍어 돈을 받고 파는 업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야구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두산 베어스 경기에서도 혼란한 상황이 펼쳐지면서 야구 팬들의 분노를 키웠습니다. 이날 클리닝 타임에는 Mnet 보이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즈 2 플래닛' 참가자들이 마운드에 올라 시그널송 '올라(HOLA SOLAR)' 퍼포먼스를 선보였는데요. 데뷔 전부터 인기를 끄는 참가자가 숱한 만큼, 야구장을 찾은 팬들도 많았죠.

하지만 이날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각종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불만이 쏟아졌습니다. 아니, 경기가 시작하기도 전에 황당한 목격담이 퍼졌는데요. "일부 팬들이 개장하지 않은 야구장에 무단 침입해 프로그램 참가자들을 촬영했다"는 주장부터 "무대가 끝나자마자 자리에 쓰레기를 버린 채 나갔다", "다른 관람객을 마구 밀치더라" 등의 이야기가 속출했습니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음식물과 쓰레기, 스태프를 밀치며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이들의 모습도 사진과 영상을 통해 공개됐죠.

그중에서도 충격을 자아낸 건 스태프를 물어뜯은 한 남성에 대한 목격담이었습니다. X(옛 트위터) 등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이른바 '대포 카메라'로 불리는 대형 카메라로 '보이즈 2 플래닛' 참가자들을 촬영하는 관객들이 있었는데요. 이중 일부 관객이 익사이팅존에 티켓 없이 들어가면서 스태프들의 제지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진 겁니다. 카메라를 든 남성 관객이 여성 스태프를 강하게 밀치거나 남성 스태프의 팔을 물어뜯는 등 비정상적인 모습도 포착돼 눈을 의심케 했습니다.

이를 목격한 한 네티즌은 본지에 "경기 시작 전부터 홈마(홈페이지 마스터·대형 카메라로 연예인을 전문적으로 촬영해 온라인에 게시하는 팬)들이 익사이팅석에 무단 침입하고 표를 돌려가면서 들어오더라. 그물망 사이로 그들끼리 표를 주고받는 걸 목격했다"며 "경기 시작하니 사람들이 응원하는 걸 보고 욕하고 막말하더라. 그래서 익사이팅존 관객들은 일어나서 응원하지도 못했고, 분위기가 그냥 초상집 같았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해당 네티즌은 "'보이즈 2 플래닛' 참가자들이 나올 시간이 되니까 표 돌려막기가 더 심해지더라. 제 자리까지 무단으로 앉더니, 사람들을 밀고 들어오는 과정에서 제 가방을 발로 차면서 가방 속 화장품이 깨지고 저도 넘어질 뻔했다"고 위험했던 상황도 설명했는데요.

분노한 야구 팬들은 이들이 남기고 간 쓰레기를 직접 주우면서 현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일부 야구 팬들은 구단 측에 더 많은 스태프를 배치하거나 대포 카메라 반입 제한 등 추가적인 대책을 검토해달라고 문의했다는 후문입니다.

▲지난달 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관중석을 메운 야구팬들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이날 5개 구장에 7만6723명의 관중이 입장해 역대 최초 전반기 및 역대 최소경기 700만 관중을 달성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관중석을 메운 야구팬들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이날 5개 구장에 7만6723명의 관중이 입장해 역대 최초 전반기 및 역대 최소경기 700만 관중을 달성했다. (연합뉴스)

자정 노력에도…높아지는 야구 팬들 불만

물론 모든 K팝 팬들이 질서를 어기는 건 아닙니다. '응원 문화'의 주체로 자리 잡은 만큼 자정 노력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콘서트가 끝난 뒤 공연장에서 쓰레기를 줍거나 의자를 정리하는 모습 등이 보도되며 귀감이 된 팬덤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자정 움직임에도 아이돌 팬들의 전유 공간이 아닌 현장에서는 여전히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연예인 팬들이 경기와 무관한 행동을 하거나, 응원석 질서를 해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야구 팬들 사이에선 "야구장은 아이돌 팬들이 아닌 야구 팬들의 공간"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실정이죠.

지난해부터 프로야구는 폭발적인 인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여성 팬의 유입이 크게 늘어나면서 경기장을 찾는 관객층이 기존의 틀을 넘어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최근에는 역대 최소 경기로 800만 관중을 돌파하는 등 기록을 계속해서 써 나가고 있죠.

이처럼 자체적인 인기와 관객 저변 확대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일각에서는 "굳이 외부 스타의 이벤트 없이도 충분한 팬 몰이가 가능하다"는 지적까지 나옵니다. 연예인 시구나 공연이 오히려 경기 몰입을 방해하거나 기존 팬들의 관람 경험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데 따른 비판인데요. 무분별한 사진 촬영, 소란, 티켓 경쟁 과열 등의 문제는 팬덤은 물론 연예인 이벤트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시구와 공연은 분명 구단과 연예인 모두에게 매력적인 홍보 수단이지만, 서로 다른 팬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인 만큼 배려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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