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승전 쿠팡 시대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렇다. 메르스 등 전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그랬듯 ‘소비자는 결국 오프라인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산산조각 났다. 엔데믹 선언 후 약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믿음은 현실이 되지 못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6월 주요 유통업체의 오프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1% 감소했다. 오프라인 매출이 뒷걸음질 친 것은 코로나19 시기였던 2020년 이후 상반기 기준 처음이다. 반면 같은 기간 온라인 매출은 15.8% 증가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오프라인 유통채널들은 다양한 생존 전략을 꾀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다양한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컬래버)이다. 2주 정도 짧은 기간 열리는 팝업스토어의 형태로 많이 활용된다. 2020년 열풍이 본격화해 2023년 쏟아지기 시작한 팝업스토어는 고객을 불러모으고 매출을 견인하기 위한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전략적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문제는 순간의 트렌드를 좇는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다. 넷플릭스 콘텐츠, 스포츠, 가수 등 ‘남의 일시적 유행’에 누가 먼저 편승하느냐가 유통사 팝업스토어의 본질이 되어버릴 수 있어서다. 단순 상품 판매가 아닌 ‘체험’을 내세운 협업이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포토존·포토카드 제작·가챠(랜덤 뽑기) 등 유사한 형식이 반복되는 모양새다. 체험형 콘텐츠의 차별성이 희미해지기 쉽다.
자칫하면 주도 여부와 상관없이 콘텐츠가 차린 밥상에 숟가락 얻었다는 이미지만 얻을 수 있다. 말 그대로 트렌드를 ‘유통’만 하는 역할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열린 한 유통사 주도 팝업스토어에서 이미 작은 균열을 확인했다. 현장에서 만난 40대 고객은 “물건 담는 바구니 빼면 편의점이랑 컬래버했다는 느낌이 잘 안 든다”며 “먹어보고 싶은 신상이 나온 게 아니면 집 근처 편의점이 제일”이라고 답했다. 아무리 작은 흠집이라도 무시해선 안 된다. 팝업 전성시대라 불리는 지금이 바로 점검 타이밍이다.
한국비즈니스학회 저널에서 김현희 중앙대 교수는 브랜드 컬래버에 대해 ‘구체적인 목적성을 갖고 총체적이고 일관된 아이덴티티 구축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차별화된 정체성의 부재는 지속가능한 컬래버를 어렵게 한다. 유통업계가 주도하는 컬래버라면, 해당 유통업체의 브랜드 이미지가 충분히 담겼는지, 단기적인 이슈나 타 콘텐츠 팬덤에 과도하게 기대는 것은 아닌지 확인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