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소득세 완화 기대 꺾이며 증시 매력 상실
코스피 급락·정책 불확실성에 해외로 눈 돌린 개미들

이재명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국내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가 1조 원을 넘어섰다.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추는 안을 두고 투자자 불만이 고조되는 가운데 ‘탈(脫)국장’ 흐름이 한층 가속하는 모습이다.
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5일까지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7억7030만 달러(약 1조689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7월 한 달간의 순매수 규모인 6억8496만 달러(약 9514억 원)를 이미 넘어선 수치다.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단시간에 미국 주식을 대거 매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장 탈출을 부추긴 건 정부가 내놓은 세재 개편안이다. 지난달 29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당정 협의를 열어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기존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논의했다. 윤석열 정부가 대주주 기준을 10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완화했으나 이번에 다시 환원하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서울 평균 아파트값이 이미 10억 원을 넘는 상황에서 주식 10억 원 이상 보유를 대주주로 보고 과세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대주주 여부를 연말 보유 잔액으로 판정하는 제도 특성상 매년 말 회피 매물이 쏟아져 시장 변동성을 키운다는 우려도 크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대주주 기준과 관련해 10억 원과 50억 원 모두 포함한 안을 대통령실에 당 의견을 전달했다. 대통령실은 주식 시장의 흐름, 시장 그리고 소비자의 반응들도 유심히 지켜본 뒤 논의에 대해 경청하겠다는 입장이다.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개편안도 증시에 실망감을 안겼다. 세율 인하 폭이 기대에 못미치고 적용 대상이 제한적이어서 배당 확대 유인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우려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세재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고배당 기업에 투자해 얻은 배당소득을 종합과세 대신 14%·20%·35% 세율로 분리과세하는 방안을 내놨다. 개편안이 적용 대상 요건을 까다롭게 설정하고 최고세율도 당초 기대치인 25%보다 높은 35%로 결정됐다. 또 정부가 정한 고배당 기업 요건이 △배당성향 40% 이상 △배당성향 25% 이상이면서 직전 3년 평균 대비 현금배당이 5% 이상 증가한 경우로 까다롭다.
세제개편안 발표 직후 증시 부양 기대감이 꺾이면서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시장을 외면했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7341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특히 지난달 29일 8259억 원, 30일 9844억 원을 집중 매도하며 ‘국장 탈출 러시’를 강화했다. 이 자금 상당수가 미국 주식으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증시는 세제개편 발표 직후 급락세를 보였다. 코스피는 지난달 31일(블랙프라이데이) 4% 가까이 하락하며 3200선을 내줬다. 이달 들어서도 3100선 안팎에서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세 속에 대형주 중심으로 낙폭이 확대됐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1일 코스피를 4% 가까이 끌어내린 세제개편안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며 “대통령실이 ‘하루이틀 주가 변동으로 정책을 재검토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는 등 정책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반도체 관세 발언 등 대외 변수까지 겹치면서 당분간 시장은 관세와 증세 리스크라는 이중 부담에 노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