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형 통상협력’ 성공사례라 할만
고용 등 성과 극대화에 만전 기해야

지난주 한미 간 관세협상 타결은 한국 산업과 통상정책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외교적 성과로 기록될 것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속에서 한국은 통상 위기를 슬기롭게 넘기고, 오히려 전략적 투자를 통해 실리와 명분을 모두 확보했다.
미국의 전략산업 보호와 공급망 내재화 정책이 강화되는 가운데, 한국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대신 조선,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에너지 등 전략산업에서 양국 간 협력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우리 농업의 이해를 훼손하지 않는 실리적인 협상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할 만하다.
주요 선진국 중 호주와 일본은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자국 농축산물 시장 개방을 일정 수준 수용한 바 있다. 호주는 20여 년 동안 사실상 닫혀 있었던 미국 소고기 시장을 전면 개방했다.
특히 일본은 미일 무역협정 체결 당시 소고기, 유제품, 곡물 시장의 관세를 단계적으로 낮추는 결정을 하며 농민층의 반발을 감수해야 했다.
반면, 한국은 이번 협상에서 쌀, 소고기, 유제품 등 민감 품목에 대한 시장 개방 요구를 끝까지 방어하며 국내 농업의 지속 가능성과 식량안보 원칙을 지켜냈다. 이는 협상력의 문제를 넘어, 정부가 산업계와 농업계 간 이해조정을 통해 외교적 수완을 보여준 사례이며, 국내 여론 수렴과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도 모범적인 접근이었다.
한국이 약속한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는 단순한 양보로 볼 수 없다. 이는 상호의존형 가치사슬을 구축하기 위한 미래형 투자전략이며,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 기업의 주도권을 강화하는 핵심 수단이다. 투자 대상 주요 산업들은 한국 수출의 핵심 축이며, 이번 협상을 통해 투자 기반의 시장 확장을 실현함으로써 미래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었다.
또한 이번 협상은 기존의 관세 감축 중심 통상외교에서 벗어나, 투자 기반의 산업동맹 구축이라는 새로운 협상 틀을 제시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 관세 방어를 넘어, 중장기적으로 우리 산업의 글로벌 입지를 강화하고, 기술, 인력, 자본이 유기적으로 순환하는 가치사슬을 구축한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동맹의 경제적 내실을 강화하고,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이번 협상의 백미는 단연 조선업 전용 펀드 1500억 달러의 신설이다. 이는 단순한 금융지원이 아닌, 조선업을 중심으로 구축한 한미 산업동맹의 상징적 결과물이다.
이렇게 조성된 펀드는 친환경 선박 공동 연구개발, 미국 내 조선 인프라 현대화, 군수 및 안보 목적의 선박 공동 생산, 인력 양성 및 기술교류 프로그램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한국은 조선업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이 필요한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모두 갖춘 유일한 파트너다.
특히 한국 조선업은 LNG선, 암모니아, 수소 선박 등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에서 세계 선두권에 올라 있다. 따라서 이번 협력은 미국의 해운·국방 수요와 연결되면서 새로운 시장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펀드는 실질적 해양 전략 동맹의 출발점이자, 조선업의 중장기 성장성 확보에 결정적 계기가 될 전망이다.
또한 이번 협력으로 한국의 조선산업은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게 돼 해양운송, 경제안보, 에너지 전환과 같은 글로벌 과제에 미국과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이 지정학과 산업정책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시대에 이번 한미 관세협상은 산업안보 동맹 모델의 기준점을 제시했다.
그리고 미국은 한국을 단순한 교역 상대국 중 하나가 아닌 전략산업 파트너로 재인식하게 되었다. 이번 한미 관세협상은 대한민국의 통상과 산업의 미래를 미국과 함께 설계한 전략적 외교의 대표 사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과제는 협상 타결 이후의 이행관리 및 성과 극대화에 있다. 민관이 함께 조선, 반도체, 전기차, 에너지 분야별 후속 실무위원회와 투자 집행 절차를 정교화해야 한다. 그리고 조선 펀드를 중심으로 연구개발 협력, 정책지원, 고용 창출 등이 실질적인 효과로 이어지도록 이행 과정을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