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 LGBT 옹호하는 듯한 광고에 CEO 사임
정치·문화 논쟁, 브랜드·경영 전략에 실질적 영향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 PC’ 발언이 두 기업의 명암을 갈랐다.
여기서 정치적 올바름은 소수자와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차별적 행동이나 표현을 피하고 더 포용적이고 배려하려는 태도를 뜻한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사회 불평등 등 진보적 어젠다에 대한 자각을 뜻하는 ‘깨어있다(Woke·워크)’라는 용어도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PC와 워크 문화에 대한 반발이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매우 뚜렷하게 커지고 있다. 정치적 메시지를 강요한다는 느낌에 소비자들의 피로감이 커진 것이다. 미국 의류 브랜드 아메리칸이글아웃피터스와 영국 재규어랜드로버에 대한 트럼프의 발언에 두 기업의 희비가 엇갈린 것이 이런 현상을 가리켰다.
아메리칸이글은 배우 시드니 스위니를 내세운 광고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요즘 나온 것 중 가장 핫한 광고”라며 극찬하자 주가가 24% 폭등했다.
반면 영국 고급차 브랜드 재규어는 지난해 11월 성적소수자를 옹호하는 등 워크 감성을 담은 리브랜딩 광고를 공개했다가 보수 진영의 비난과 조롱에 직면했고, 급기야 지난달 말 에이드리안 마델 전 최고경영자(CEO)가 결국 사임했다.
아메리칸이글의 광고는 ‘시드니 스위니는 멋진 청바지를 입었다(Sydney Sweeney Has Great Jeans)”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는 데 ’유전자(Genes)’와 ‘청바지(Jeans)’의 발음을 활용한 재치 있는 연출이 특징이다.
일부 비판론자들은 백인 금발 여성의 유전자를 강조한 듯한 연출이 우생학을 연상시킨다고 지적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자신이 세운 SNS 트루스소셜에서 이 광고를 극찬하며 “청바지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고 강조했고, 이는 투자자 심리를 자극해 4일 주가 폭등으로 이어졌다.

광고는 하루 만에 4700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올리며 주목을 받았지만, 엑스(X·옛 트위터)에서는 이를 ‘버드라이트 2.0’, 즉 ‘PC를 강조하다 역풍 맞은 광고’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앞서 미국 1위 맥주 브랜드였던 버드라이트는 2023년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와 협업해 홍보 캠페인을 벌였는데 이것이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켜 매출이 급감했고 1위 지위도 다른 업체에 빼앗겼다. 재규어 광고가 버드라이트 사태를 재연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보수 성향 인플루언서 로비 스타벅은 “이 광고 덕분에 내 재규어를 팔고 싶어졌다. 물론 난 재규어가 없지만”이라며 조롱했고, 칼럼니스트 존 가브리엘은 “시대 흐름을 잘못 읽었다”고 지적했다.
재규어는 광고 논란 이후에도 ‘핑크 배트모빌’이라는 비판을 받은 전기차 신차 디자인을 공개하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끝내 CEO마저 자리를 내려놓게 된 것이다.
이처럼 트럼프의 정치적 발언이 문화 코드와 맞물려 기업 이미지와 실적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도래했다. PC와 워크를 둘러싼 논쟁이 단순한 문화 현상을 넘어 기업 경영과 브랜드 전략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