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장에도 AI 인프라 투자 목적
구조조정 구실로 AI 핑계 댄다는 비판도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인용한 미국 챌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CG&C)의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7월 미국 테크기업의 감원 규모는 전년 대비 36% 증가한 8만9251명으로 집계됐다.
또 글로벌 테크기업 감원 현황을 추적하는 레이오프(layoffs.fyi)에 따르면 지난달 정리해고 인원은 약 1만6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78% 급증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전날 전체의 4%에 해당하는 9000명의 추가 감원 결정을 발표했다. 앞서 1월에는 전체 인력의 1%를 ‘저성과자’ 중심으로 정리했고, 5월에는 6000명을 해고했다. 이번까지 포함하면 올해에만 수만 명이 회사를 떠나게 되며, 이는 MS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감원이다. 경영 재건 작업 중인 인텔도 인원 삭감을 진행하고 있다.
감원 바람은 중견기업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매칭앱 범블은 30%에 해당하는 240명을, 네덜란드의 교통정보 업체 톰톰은 300명을 줄인다고 알렸다.
이런 구조조정은 실적 악화 때문이 아니다. 알파벳(구글)·MS·애플·아마존·메타 등 5대 기술 기업은 지난주 발표한 2분기 실적에서 모두 매출과 순이익이 증가했다. 3개월간 이들 5개사 순익은 총 1151억 달러(약 160조 원)에 달했다.
그럼에도 공격적인 감원을 단행하는 이유는 AI 도입으로 더욱 적극적인 비용 절감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라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각사는 고가의 반도체와 서버를 사용하는 AI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야 해서 인건비 구조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수익성이 낮은 부문의 엔지니어뿐만 아니라 간접 부서나 영업 관련 직원도 줄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불투명한 경영 환경에 직면한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한 구실로 ‘AI 구조조정’을 내세운다는 시각도 제기했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파비안 스테파니 강사는 “AI는 감원을 정당화하기 위한 편리한 설명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테크기업들이 코로나19 확산기에 인력을 대규모로 늘렸던 영향으로 감원을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에릭 브리뇰프슨 교수도 “AI가 감원을 주도하고 있다는 광범위한 경향을 뒷받침할 증거는 많지 않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