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가 최대 수천억 엔 관측
한때 가전 주름 잡던 일본 업체 잇따라 철수

일본 히타치제작소가 자국 내 가전 부문을 담당하는 히타치글로벌라이프솔루션즈(히타치GLS)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4일 보도했다.
히타치GLS는 일본 내에서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백색가전을 판매한다. 2024 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에 매출은 3676억 엔(약 3조5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상각 전 영업이익(EBITA)은 392억 엔으로 13% 늘었다.
히타치GLS를 팔려는 이유는 히타치가 성장의 축으로 삼고 있는 산업 인프라용 디지털 플랫폼 ‘루마다(Lumada)’와의 시너지 효과가 작다는 판단에서다.
히타치는 철도ㆍ송배전 설비ㆍIT 서비스ㆍ산업기기를 주력으로 하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솔루션 개발부터 유지보수까지 장기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루마다를 축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가전사업은 주로 일회성 판매가 주를 이루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추가적인 수익 창출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앞서 ‘히타치 삼총사’ 중 하나였던 히타치금속 등을 과거 매각했으며, 해외 가전사업도 2021년 튀르키예 대기업 아르첼릭과의 합작법인을 설립해 매각하는 방식으로 정리했다.
다만 히타치는 가전제품이 소비자 인지도 향상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어 사업을 계속하는 방안도 선택지로 남겨두고 있다. 히타치의 주요 사업은 기업 대상 서비스지만 소비자 인지도 향상은 주요 경영 과제 중 하나다.
닛케이는 인수 기업에 대해서는 “복수의 기업에 인수 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실제 매각이 성사될 경우, 거래 금액은 최소 1000억 엔(약 9500억 원)에서 수천 억 엔까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전기공업회(JEMA)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국내 백색가전 출하액은 전년 대비 2.4% 증가한 2조5838억 엔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집콕 수요와 제조업체들의 고부가가치화 전략으로 인해 현재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성장 한계에 부딪힐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가전은 한때 일본 전자업체들이 강세를 보이던 분야였지만, 2010년대 이후부터는 한국, 중국 등이 부상하면서 점차 주도권을 내줬다. 실제 산요전기ㆍ도시바ㆍ샤프는 이미 백색가전 사업을 매각했다. 파나소닉홀딩스와 미쓰비시전기가 여전히 가전사업을 하고 있으나 이중 파나소닉홀딩스는 TV를 포함한 일부 가전사업의 철수 또는 매각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