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 기준 변경, 국내 증시 하락 요인 우려
엇갈린 당 내 여론…“공개적 입장 표명 자제”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추는 세제개편안에 대한 국민적 반발에 직면한 더불어민주당이 전면 수정을 예고했다. 당내에서 세제개편안에 대해 “신중하지 못했다”는 목소리까지 나오자 정청래 신임 당대표는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해달라며 입단속에 나섰다.
정 대표는 4일 오전 당 대표 당선 이후 열린 첫 최고위원회에서 한정애 신임 정책위의장에게 정부의 세제 개편안 조정을 지시했다. 정 대표는 “오늘 중으로 A안과 B안을 작성한 뒤 보고해 달라”며 “빠른 시간 안에 입장을 정리해 국민에게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백승아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이날 오후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 대표가 국민 여론이 반영된 새로운 안을 마련해오라고 주문했다”며 “세제개편안에 대해 새롭게 논의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대주주 기준을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하향하는 내용의 과세 기준 변경이 국내 주식시장 하락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국민적 지적이 잇따르자 내놓은 대책이다. 앞서 지난달 31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하향 반대에 관한 청원’이 올라왔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등록된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하향 반대 청원’의 동의자수는 12만5493명으로 나타났다.
청원인 박 모씨는 “대주주가 양도세를 회피하기 위해 연말에 팔면 그만인 회피 가능한 법안”이라며 “연말마다 회피 물량이 쏟아지면 코스피는 미국처럼 우상향할 수 없고 예전처럼 박스피, 테마만 남는 시장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 내에서도 여론이 갈렸다. 특히 이달 1일 코스피와 코스닥이 약 4%가까이 폭락하자 당내 여론은 극명하게 나뉘었다. 원내소통수석부대표인 박상혁 의원은 이번 논란에 대해 “세심하지 못했다”며 “우리가 코스피 5000이라고 하는 방향을 설정해 상법 개정을 해왔고 지난번에 금융투자소득세도 아예 폐지하는 것으로 해왔는데, ‘양도세 기준을 이렇게 완화하면 그런 방향과 상충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개미 투자자들에게 받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2일 직전 정책위의장인 진성준 의원이 대주주 기준 하향하는 것을 반대한 것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진 의원은 “많은 투자자나 전문가들이 주식양도세 과세요건을 되돌리면 우리 주식시장이 무너질 것처럼 말씀한다”며 “선례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박 의원 외에 다른 의원들 사이에서도 재검토해야한다는 의견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전용기 의원은 “이번 세제개편안이 시장의 우려를 낳고 있는 점에 깊이 공감한다”며 “양도소득세 대주주 범위 확대와 배당소득 분리과세 후퇴는 자칫 투자 심리를 위축시켜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우리의 목표에 역행할 수 있다는 점을 겸허히 받아들여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소영 의원도 “정부가 발표한 정책에 대해 여당 내에서 이렇게 반대와 우려 의견이 이어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과감하게 입장을 철회하는 것이 국민과 소통하는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당 내에서 세제개편안을 두고 여론이 엇갈리자 정 대표는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그는 “주식 양도소득세 관련 논란이 뜨거운데 당내에서 이렇다 저렇다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비공개 회의에서 충분히 토론할 테니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