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ㆍ통제전략 본격화 '신호탄'
미국산 모델 의존도 강화 초래
"이재명 정부, AI 투트랙 전략 모색을"

미국이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기술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한 ‘AI 액션 플랜’을 발표하면서 한국 등 동맹국에 미국산 AI 기술 도입을 압박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기술 협력’이라는 외형 아래 사실상 미국산 모델·칩·서버·클라우드 등 이른바 ‘AI 풀스택’ 채택을 강제하는 새로운 형태의 통상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소버린 AI(자국 주권 기반 AI)’ 전략이 중대한 분기점을 맞고 있다. ‘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국산 모델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외산 기술 의존이 굳어질 경우 디지털 주권은 물론 산업 경쟁력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주도로 발표된 AI 액션 플랜은 △AI 규제 완화 △인프라 구축 △미국산 AI 기술·인프라의 동맹국 수출 확대 등을 골자로 한다. 미국은 이를 통해 AI 칩(하드웨어), 서버·클라우드(인프라), 오픈소스 AI 모델(소프트웨어) 등 AI 전반의 풀스택 생태계를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고, 중국의 기술 확산을 차단하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에 미국산 AI 기술의 도입을 노골적으로 요구할 가능성도 커졌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 견제’라는 명분 아래, 동맹국에 자국 기술 수용을 압박하며 종속적 기술 생태계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해석한다.
AI 전반에 걸친 수출 확대는 엔비디아·AMD 등 반도체 기업뿐 아니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메타 등 미국 주요 모델 개발사들에도 직간접적인 수혜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경우 국산 기술 개발의 동력이 약화되고 AI 인프라의 전략적 자율성도 훼손될 수 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AI 액션 플랜은 미국의 AI 수출·통제 전략이 본격화됐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라며 “AI 칩부터 모델, 인프라까지 포괄하는 풀스택 생태계를 동맹국 중심으로 구축하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드러낸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AI 활용을 안보 동맹의 연장선으로 간주하는 미국의 시각이 뚜렷해진 만큼, 동맹국에 대한 요구 강도도 높아질 것”이라면서 “국산 AI 모델을 포기하면 디지털 주권을 상실하고 외산 의존도가 심화될 수 있다. 이는 쌀이나 소고기 시장처럼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로, 양보하기 어려운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가 ‘AI 3대 강국’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를 수용하기보다 디지털 주권을 지키면서도 현실적인 협력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이 교수는 “제너럴 AI 영역은 자국 모델 중심 생태계를 유지하면서, 산업 특화 분야나 버티컬 AI는 선택적 협력을 택하는 투트랙 전략이 현실적 해법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