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美 연준 금리 인하 시 1350원대도 가능"
미국이 주요국 간 관세 협상을 타결하면서 경제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지만, 원·달러 환율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안정화 기대와 함께, 단기적으로는 구조적 수급 요인과 달러 강세 흐름에 따른 상승 압력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이 동시에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관세 합의 자체가 원화 강세를 이끌 만큼 강력한 재료는 아니며, 향후 환율 흐름은 연준의 금리 정책과 글로벌 달러 흐름, 국내외 자금 수급 구조 변화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선임연구원은 “관세 협상은 최악은 피했지만, 결과적으로 정부가 달러 유출의 공식 통로를 마련한 셈”이라며, “환율은 되레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연말까지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로 안착할 것으로 본다”며, “단기적으로는 많이 빠져도 1360원이 마지노선이며, 상승 시 1410원까지도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특히 “외국인 주식 순매수에도 환율이 하락하지 않는 점은 국내 실수요가 달러 매수 쪽으로 강하게 형성돼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들이 해외 생산거점을 확보하기 위해 자금을 해외로 송금하면서 역외 달러 수요가 크게 늘었고, 수출 흑자에도 환율이 내려가지 않는 구조가 이미 고착화됐다”며, “결국 올해 말까지 환율은 상단을 1410원까지 넓힐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관세 협상 자체는 시장에 부정적이지 않지만, 현재 환율은 미국 달러가 강세로 돌아선 상황에서 대외 변수의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있다”며, “단기간에는 하방 경직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연말로 갈수록 관세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선다면, 원·달러 환율은 1350원 수준까지는 충분히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도 “미국의 관세 부과는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기업의 투자비용과 소비자 구매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결국 미국 경제에 부담이 되면서 하반기 달러 약세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당장은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환율이 1350~1400원 사이에서 무겁게 움직일 수 있다”면서도, “미국 경기가 둔화되고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릴 경우 4분기에는 1350원 이하로 떨어질 여지도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은 '관세 협상 결과만으로 원화 강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데 모인다. 오히려 글로벌 경기 흐름, 연준의 금리 정책, 달러 가치 등 대외 변수들이 환율에 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해석이다.
관세 부담이 미국 경제에 축적될 경우 연준이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선회하게 되고, 이로 인해 달러가 약세 전환을 보이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환율 하락이 가능하다는 시나리오다.
반대로, 기업들의 해외 생산기지 확대, 연기금의 해외투자 확대, 개인의 외화자산 선호 확대 등 구조적 수급 요인은 원화 약세 압력을 지속적으로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는 환율 상승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