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품목 관세 변수⋯대응책 필수

정부가 미국이 부과하는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며 협상을 타결하자, 전자업계는 일단 큰 고비는 넘겼다는 평가다. 국내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도 적극적으로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반도체 등 품목별 관세는 여전히 남아 있어 향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1500억 달러(약 208조5000억 원) 규모 조선 협력인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in)’ 가 이번 합의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한미 조선업 협력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상호관세 인하로 향후 국내 전자기업들의 수익성 확보에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날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협상 타결로 불확실성이 감소됐다고 생각한다”며 “세부 사항에 대한 양국 추가 논의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이에 맞춰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8월 중순 발표되는 반도체 및 반도체 파생 제품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도 예의주시하며, 다각도로 분석해 예상 리스크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LG전자 역시 하반기부터는 수익성이 일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LG전자는 2분기부터 관세 인상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46.6% 감소한 6394억 원으로 내려앉은 바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협상 결과는 반도체 산업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타국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공정한 경쟁 여건을 조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우리 기업들이 미국 기업과 비즈니스 기회를 확대해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기업들은 향후 미국 내 생산 투자도 적극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전체 370억 달러(약 53조7600억 원)를 투자해 반도체 생산시설과 연구개발(R&D)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최근 테슬라로부터 수주한 인공지능(AI) 칩 ‘AI6’이 내년부터 해당 공장에서 첨단 2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으로 양산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7000만 달러(약 5조6200억 원)를 투자해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를 짓고 있다. 2028년부터 첨단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반도체를 생산한다. LG전자 역시 미국과 멕시코 등에서 생산을 확대해 대응할 계획이다. 현재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 공장에서 세탁기와 건조기 생산라인 가동률을 점차 높이고 있다. 향후 냉장고, 오븐 등을 생산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만 반도체의 경우 여전히 품목 관세 부과가 남아 있어 이에 따라 향후 실적에 핵심 변수가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철강, 알루미늄, 구리 등에 대한 관세도 변동 없이 50% 관세를 부과한다.
조선산업의 경우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운영 중인 한화그룹의 사례에서 보듯 미국 현지에서 조선소를 인수해 운영하거나, 미국 주요 조선사와 공동 사업을 벌일 수 있는 사업자가 사실상 한국 기업밖에는 없다는 점에서 조선 펀드의 수혜자가 미국에 진출하는 우리 조선사들이 될 수밖에 없다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