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효과…자율주행·로봇 확장 수혜 본격화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가 테슬라의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AI6’ 생산을 맡으면서, 계열사인 삼성전기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AI6에 탑재될 고성능 반도체 패키지 기판 FC-BGA(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를 삼성전기가 공급하기로 하면서, 향후 고부가 반도체 기판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테슬라 자율주행용 AI칩인 A14와 A15에 이어 A16에도 FC-BGA를 공급할 전망이다. AI4는 삼성전자, AI5는 대만 TSMC가 생산했지만, 제조사가 바뀌어도 삼성전기의 공급은 이어지며 기술력을 입증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테슬라와 약 22조8000억 원 규모의 AI6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 삼성전기도 FC-BGA를 납품하며 반도체 기판 시장에서 입지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FC-BGA는 반도체 칩과 메인보드를 연결해 전력과 신호를 전달하는 부품으로, 고성능 AI 반도체에 필수적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공급 계약을 삼성전기의 기술력은 물론 미래 성장성을 입증한 사례로 보고 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AI6는 자율주행차, 휴머노이드 로봇(옵티머스) 등 다양한 분야로 활용될 예정으로, 이는 삼성전기와 테슬라의 동반 성장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삼성전기는 이미 테슬라에 카메라모듈,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등을 공급해 왔다. 자율주행, 로보택시, 휴머노이드 로봇 등 테슬라의 미래차 전략과 맞물려 이번 FC-BGA 공급이 삼성전기의 사업 다각화에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MLCC 역시 고용량·고신뢰성 제품으로 고도화되는 가운데 차량 1대당 채택 수량이 늘며 협력 관계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의 관계도 긍정적이다. 계열사 간 협업인 만큼, 외부 파운드리였던 TSMC에 납품할 때보다 일정 관리나 기술 협의가 수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FC-BGA는 칩의 용도에 따라 회로층 수가 달라지며, 일반적으로 PC용보다 자율주행칩용, AI 서버용의 회로층 수가 많다. 회로층 수가 많을수록 공정이 복잡해지고 수율 문제가 발생하기 쉬워 제품 단가가 10~20배까지 차이 날 수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층 수가 높아질수록 수율 문제로 인한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에, 고다층 제품일수록 가격이 크게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고사양 FC-BGA 납품으로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계약은 삼성전기가 추진 중인 유리기판 전환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전기는 2026년 샘플 납품을 거쳐 2027년 유리기판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AI6에 적용되는 FC-BGA는 아직 유기기판이지만, 주요 AI 반도체에 연이어 납품을 이어가며 기술 신뢰를 얻은 만큼 유리기판으로의 빠른 전환에 힘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